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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와 별빛 따라 걸으며 성장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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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와 별빛 따라 걸으며 성장하는 아이들

입력
2016.10.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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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대구 수성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김정화 교수
김정화 교수

제가 컨설팅하는 한 어린이집에 아침 일찍 들르는 날에는 저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나곤 합니다. 아이들이 대문을 거쳐 방글거리면서 들어오는 모습이 아침 햇살처럼 환하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혹 가다가 그렇지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 현관에서 한참 실랑이를 벌이는 아이, 엄마와 뽀뽀를 여러 번 하고서야 헤어지는 아이, 2층 교실에 계시는 선생님이 내려와서 아이의 손을 꼬옥 잡아주어야 엄마와 헤어지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잘 다니다가도 어느 날에 불현듯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앙앙, 우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우는 모습도 귀여워서 마음 안에서는 웃음이 일어나지만 아이들로서는 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상황이므로, 선생님들은 아이가 울음을 얼른 그치도록 열심히 도와줍니다.

대체로 아이들은 불편한 상황을 울음소리나 얼굴표정, 언어로 표현합니다. 그러나 아무런 표현도 없이 꾹 참는 아이도 있고, 아예 상황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욕조차 잃어버린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울거나 적극적으로 자기표현을 해서 자신의 의도대로 이끌어가는 아이는 마음과 정신이 건강한 아이이고 표현력이 좋은 아이라고 평합니다.

문제는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는 아이입니다. 이미 가족사랑에 대한 좌절을 맛보았거나 상처가 깊은 아이들은 울고 싶지만 울어보아야 별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쉽게 포기함으로써, 점차 존재감을 상실하거나 자신감이 부족해지거나 열등감이 형성되어 기질이 약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게 됩니다. 제가 아는 한 사람은 어릴 적에 어머니가 자기를 버리고 가버렸고, 세월이 조금 지나서 어머니를 찾아 갔을 때 외삼촌이 문전박대를 했다더군요. 그 어릴 적의 상처가 너무나 커서 어른이 된 지금도 항상 마음 한켠이 퀭하게 뚫린 듯하고 스산한 그 허전함을 무엇으로도 메울 수가 없다고 하더군요.

아이가 가장 상처를 많이 받는 것은 무엇보다도 엄마, 아빠가 보여주는 사랑의 형태에 의한 것이라고 봅니다. 부유한 가정에서도 사랑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는 볼 수가 없겠습니다. 사랑 표현을 금전으로 때우면 아이는 물질만능주의적인 사람으로 자라게 될 겁니다. 요즈음은 직장 생활을 하는 어머니가 많아서 가족 부재 현상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어두컴컴하거나 반갑게 맞이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의 쓸쓸함은 평생을 두고 기분 나쁜 추억이 될 겁니다. 어두운 성격의 소지자나 우울증이 심한 자들도 어린 시절을 추적해보면 가족 사랑의 문제에 의한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가정에 어머니가 계실 경우에만 꼭 사랑이 넘친다고 볼 수는 없겠습니다. 어머니의 무성의한 사랑표현은 아이들을 더욱 갈급하게 만들 겁니다.

며칠 전에는 어린이집에서 ‘엄마아빠와 함께하는 별빛따라 숲길 걷기’를 하였습니다. 깊은 숲에 달빛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도 무섭게 느껴지지 않은 이유는 아이의 양 옆에 엄마아빠가 함께 서서 아이의 손을 잡고 같이 오랜 시간을 걸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숲길을 여유롭게 천천히 걷다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계곡의 물소리를 듣다가, 돗자리를 깔고 한참 동안 가족끼리 도란도란거리는 그 모습은 아름다운 동화의 한 장면 같았습니다.

사랑은 함께 있어주는 것, 스킨십이 일어나는 것, 긍정적인 마인드로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 등이 필수입니다. 어른의 욕구에 의하여 많은 강요가 따르거나 본인의 불편한 상황이 아이한테 전달되지 않아야 된다고 봅니다. 여러분의 가정에 평화와 가족 사랑이 항상 넘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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