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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수라' 정만식, 거친 가면을 쓴 여린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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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수라' 정만식, 거친 가면을 쓴 여린 남자

입력
2016.10.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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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그 형 얼굴만 사납지 애교가 넘쳐요~."

배우 정만식을 만나기 전 동료 주지훈이 귀띔한 말이다. 실제로 만난 정만식은 늑대의 탈을 쓴 어린 양이었다. 첫 인상은 거친 야인이었는데 몇 마디 주고 받다보니 너무나 친근했다. 영화 '아수라'뒷이야기부터 23년 연기 인생, 아내 사랑까지 들어볼 수 있었다. 수더분한 그의 입담에 빠져들어 실컷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약속된 인터뷰 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

"지인들이 내 화법이 남들과는 조금 다르다고 한다. 얼버무리면서 안하는 듯 하면서도 자기 할 말 다한다고. 사나이픽쳐스 한재덕 대표는 나를 '지식인 배우'라고 부른다. '부당거래' '군도' '남자가 사랑할 때' 등 여러 작품을 같이한 인연이 있어 그렇게 나를 놀리곤 한다."

-'아수라' 현장에서도 놀렸나.

"촬영 중 유정호라는 배우가 나 때문에 다쳤다. 짜장면 그릇에 맞아서 코에서 피가 철철 났다. 한 대표가 '지식인 배우가 그러면 되느냐. 미안하면 소속사라도 꽂아줘야 한다'고 그러더라. 내 능력이 없으니 그냥 순댓국에 술 한 잔 사주며 사과했다."

-극중 어두운 분위기와는 달리 현장이 유쾌했나보다.

"치열할 땐 굉장히 치열하다가도 또 느슨할 땐 장난도 치고 그런다. 영화가 핏빛으로 선명하니까 현장에선 오히려 긴장감을 풀려고 했다. 서로 맡은 역할 제대로 해줄 거라는 돈독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했다."

-원래 시나리오 상에서는 도창학은 살기로 돼 있었다고.

"그러게. 내가 주인공일 수 있었다. 김성수 감독님이 '살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다'고 처음에 말씀해 주셨다. 개인적으로는 다 죽는 결말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안남시에 어떠한 일말의 악도 남기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영화가 호불호로 갈리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연한 반응인 것 같다. 홍콩 느와르가 범죄를 정당화하고 범죄자를 멋있게 그리는 면이 있는데 우리 영화는 범죄는 범죄, 나쁜 놈은 곧 죽는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관객 중 20% 정도가 영화 보시고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시는 것 같다. 오죽하면 결말 이럴까 이해하시는 분들도 있고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

-배우 다섯이 정말 사이가 좋아 보여 부럽다.

"황정민 형은 존재감이 크다. 그 자체로 힘이 된다. 정우성 형한테는 '형아~'하면서 애교도 부린다. 막내 주지훈도 나를 참 예뻐한다. 곽도원 형과는 정말 오랜 사이다. 2010년 '심야의 FM' 때 김치찜에 소주 네 병을 나눠 마셨다. 이후 토론토 영화제에서 '우리가 여기 까지 왔다. 미치겠다'면서 서로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곽도원과의 앙드레김 엔딩포즈는 화제였다.

"도원이 형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정말 괜찮겠냐고 물었는데 재미있을 것 같다더라. 극중에선 서로 눈도 안 마주치는 상극이었는데 무대에선 이마를 맞댔다. (도원) 형과 언제 또 그런 포즈를 해보겠느냐."

-무대인사 다니면서 체감하는 팬들의 반응이 있을 것 같은데.

"드라이플라워를 받은 적이 있다. 정말 나를 주는 것이 맞는지 한참을 확인했다. '만식오빠 고마워요'라고 하기에 또 당황했다. 정우성, 주지훈 팬들이 단체로 돌린 것 말고 개인적으로 받은 건 그거 하나다. 또 거제도에 사는 팬 분은 생대구랑 젓갈을 보내주셨다. 아내의 질투도 받았다(웃음)."

-커플링에 커플팔찌까지 아내 사랑이 남다르다고 소문났다.

"우리 아내는 나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일본에서 연극을 했는데 오사카 예술대학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박사학위까지 딴 사람이다. 한국에서도 배우 활동을 해보려고 노력 중인데 잘 풀렸으면 좋겠다."

-아내가 '무한도전' 보고 반응을 보인 게 있다면.

"예능 하지 말라더라. 지식 짧은 것 다 티 난다면서(웃음). 나는 1편만 본방사수했고 2편은 아직 못 봤다."

-연관검색어에 '부채'가 떴다. 마음 따뜻한 모습이 포착됐는데.

"에이 뭘. 형들이 땀을 너무 흘리기에 부채질 좀 해줬다. 당황하면 들키는데 이 양반들이 왜 이럴까 하는 생각으로 부채질을 했다. 도원이 형이 활약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김원해 형도 잘할 거라고 예감했다. 나는 부채질로 충분했다."

-방송 후 회식을 했다던데 메뉴가 궁금하다.

"'무한도전'과는 근고기를 먹었다. 이겹살이라고 정준하 형 소개로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맛있더라. 작게 썰어서 나오는데 소주와 궁합이 딱이다. 그날 너무 신났다. 가게가 무너질 뻔 했다. 우리끼리 파이팅이 넘쳐서 서로 목소리를 내다보니 주변이 쩌렁쩌렁 울리더라. 사실 도원이 형이랑 나랑 둘만 있어도 시끄럽다. 무대인사 때 기억나는 메뉴는 복국이다. 형들이 회를 좋아한다."

-차기작은 드라마인데.

"JTBC '맨투맨'을 한다. 박해진과의 브로맨스가 있더라. 카리스마를 거둬낸 귀여운 얼굴을 만나실 수 있을 거다. 자꾸 인상 쓰는 캐릭터만 하면 얼굴이 굳는다. 매너리즘도 올 수 있어서 자꾸 캐릭터를 틀어서 나를 긴장시켜야 된다."

-'대장 김창수' '보안관' '보통사람' 등을 스크린에서도 바쁘게 움직인다고.

"'보안관'은 우정출연이고 '보통사람'은 특별출연한다. 사나이픽쳐스 의리로 '보안관'을 하게 됐고, '보통사람'은 손현주 선배님 나온다고 해서 하고 싶었다."

-지금의 정만식을 있게 한 작품은 뭔가.

"양익준 감독 영화 '똥파리' 때 자신감이 붙었다. 건방이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다(웃음). 사실 지금도 카메라 앞에서면 항상 떨리고 긴장된다. 그럴 때마다 '또 해낼 수 있다'며 자기최면을 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남을 때면 소주 한 잔에 털어버리려 한다."

사진=이호형 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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