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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20대 국회는 협치 불가능

입력
2016.10.1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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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4개월 반이 지났지만 아직 정상 궤도에 올라서지 못했다. 국민은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의 새로운 3당 체제를 만들어주며 타협과 공존 정치를 주문했다. 그러나 협치를 하겠다던 정치권의 약속은 어느새 ‘반짝 공약’이 되어 온데간데없고 막말과 폭로만 난무하고 있다. 20대 국회에 대한 신선함과 기대감은 이미 사라졌고 협치는커녕 여기저기서 19대 국회와 다를 바 없다는 한탄이 흘러나온다.

이러한 ‘부실 국회’의 중심에는 집권 여당의 무능이 있다. 여당 대표가 국회의장의 개원사 연설 내용을 이유로 의장직 사퇴를 촉구하는 단식 농성을 벌이며 국정감사를 거부했지만, 명분도 없이 복귀하였다. 국회의장의 의회 민주주의 파괴를 막는다며, 스스로 국회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여당 대표의 생뚱맞은 단식과 맥락 없는 등원 거부가 20대 국회의 협치를 무너뜨린 주범이다. 여당 대표답지 않은 청와대와의 지나친 밀월 관계 또한 야당과의 관계 복원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수권정당이 되길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 건의안의 단독 처리를 대통령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이용한 것은 20대 국회에 대한 국민의 협치 요구는 안중에도 없는 처사다. 더민주가 제1야당으로서 정부와 여당 흠집 내기에 몰두할 것인지, 여소야대의 기회에서 탄탄한 정책 대안으로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구축할 것인지에 대해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 이제는 여당의 실정에 의한 반사이익에 기댄 모습이 아닌 스스로의 정책역량을 보여줘야 2017년 대선이 수월해질 것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새 정치를 표방하는 국민의당이다. 의석수 38석을 가진 제3당으로서 20대 국회의 협치를 위해 기성정치와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역할을 기대하였다.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한국정치의 지평을 넓히는 역사적 책임을 부여받았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책적 사안에 따라 여야를 광폭으로 넘나드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은 박지원 원내대표가 자신의 존재감 부각을 위해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모습만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성정치의 패러다임인 이념 논쟁, 폭로전의 중심에는 박 대표가 있다. 국민의당이 새 정치의 초심을 잊어버리고 민주적 조직과 시스템이 아닌 특정 인물에 의해 좌우되다 보니 협치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3당 시대가 열렸지만 사실 20대 국회가 이전 국회와 많이 달라질 것으로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잠깐은 정책 현안에 따라 단순한 여ㆍ야 대결이 아닌, 여당+제3당 대 야당, 야당+제3당 대 여당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엿보였다. 그러나 지난 4개월의 경험을 통해 이번 국회에서 협치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드러났다. 진보ㆍ보수를 넘나드는 제4의 중도정당이 있어야만 국민의당과의 경쟁과 타협을 통해 협치가 가능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협치가 가능한 한국 정치 구도는 여야의 거대 2개 정당, 이들과 연대해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한 중도 성향의 2개 정당이 존재하는 ‘4당 체제’이다.

현재의 승자독식의 단임제 구조에서는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성공하기 어렵다. 권력을 분산하고 책임을 공유하는 협치와 성공하는 대통령을 위해서는 ‘4당 체제’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이를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보다 상대적으로 수월한 선거제도 개혁이 시급하다. 거대 정당에 유리한 소선거구제를 축소하고 중소규모의 정당 탄생을 유도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늘려야 지역 기반이 없고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가 있는 정당이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 기성정당의 패권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지지표가 의석으로 왜곡 없이 전환될 공간이 있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선거제도를 개혁하지 않는다면 제21대 국회의 협치도 불가능할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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