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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30달러의 즐거움

입력
2016.10.1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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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미국 아이오와대학에서 여름부터 가을까지 머물렀다. 세계 각국 33명의 작가들이 모여 매주 낭독회와 토론회도 열고 강의도 하는 국제창작프로그램(IWP)이었다. 항공료와 프로그램 비용 외에도 IWP의 작가들은 하루 30달러씩 용돈을 받았다. 어느 날 쿠웨이트의 소설가 나다가 고국의 제 작업실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다보니 하나 둘씩 휴대전화에 저장된 작업실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핀란드의 평론가 테무가 그림 같이 아름다운 집 풍경을 보여주었을 때 우리는 모두 탄성을 질렀다.

예멘 시인 수잔이 한숨을 쉬었다. “시집을 얼마나 팔아야 이런 집을 살 수 있을까?” 테무가 머리를 긁적였다. “난 학생들을 가르치잖아. 아내도 일을 하고.” 일본의 유이도 말했다. “일본 작가들은 절대 돈 못 벌어. 그래서 난 결혼했잖아. 남편 보고 돈 벌어오라 하고 난 소설 쓰려고.” 파키스탄의 산다나는 소설보다 라디오 방송원고를 수십 배도 더 썼다고 했다. “당연한 거 아냐? 대체 어느 나라 작가가 작품 팔아 밥을 먹고 살 수 있어?” 독일의 사이먼도 그래서 여자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자신있게 결혼하잔 말을 못 꺼내고 있단다. 러시아의 드미트리는 작가들이 경박하게 돈 이야기를 한다고 못마땅해 했다. 이스라엘의 에레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고 파나마의 릴리는 댄서였다. “이제 IWP가 끝나면 좋은 날도 다 끝나는 거야. 아무도 우리에게 30달러씩 용돈을 주지는 않을 거라고.”

우리는 30달러로 산 위스키와 맥주를 마시며 킬킬거렸다. 가난한 작가들이 웃음 하나는 기가 막히게 헤펐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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