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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소수의견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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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소수의견 실종’

입력
2016.10.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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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10건 중 4건이 만장일치

정치ㆍ사회적 논란 큰 사건들

최고 법원 판단 갈수록 획일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절실

대법 “의견 같다고 획일화 아니다”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이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사건 10건 중 4건에서 반대의견이나 소수의견 없이 만장일치로 결론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우리나라 최고(最高) 법원의 판단이 획일화돼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가 201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108건을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36.1%에 달하는 39건이 전원일치 판결인 것으로 9일 조사됐다. 2011년 선고 사건 17건 중 4건(23.5%)에 불과하던 전원일치 사건은 2012년 29건 중 12건(41.4%), 2013년 18건 중 10건(55.6%)에 달했다. 2014년 14건 중 3건(21.43%)으로 줄어드는 듯 하다가 지난해 25건 중 9건(36.0%)으로 다시 늘었다. 올해 8월까지 선고된 5건의 전원합의체 판결 중에서는 1건에서 재판관 모두 의견이 일치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2012년 대선 개입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전원일치로 파기했다. 1심과 2심에서 엇갈린 판단이 나오게 된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이 관건이었는데,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데에 모든 대법관들의 판단이 일치했다. 고위험 통화 옵션 금융상품 ‘키코(KIKO)’ 사건은 중소기업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품설계라는 비판이 높았으나 2013년 전원합의체가 아무런 소수의견도 없이 은행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내란선동 유죄판결을 내리고 있다. 통상 전원합의체 사건들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고 선고의 여파가 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1월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상고심 선고공판에서 내란선동 유죄판결을 내리고 있다. 통상 전원합의체 사건들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고 선고의 여파가 크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원합의체 사건은 통상의 상고심과 달리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법원행정처장 제외) 중 3분의 2 이상으로 구성돼 판결을 한다. ▦대법관 3명 이상으로 구성된 부(部)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못했거나 ▦명령ㆍ규칙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된다고 인정하는 경우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경우 ▦소부(小部)에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을 경우에 전원합의체에 회부하도록 법원조직법 제7조 등에 규정돼 있다. 주로 정치ㆍ사회적으로 논란이 있고 파급력이 큰 사건들이어서 선고 결과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대법관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비율이 높은 것을 두고, 사회의 변화에 따라 법 해석 역시 진화하는 과정에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는 전원합의체가 너무 획일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만장일치 판결이 40%에 가깝다는 것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가 절실하다는 방증”이라며 “대법관들이 특정 주제에 대해 심오한 연구를 하거나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의견이 일치된다고 해서 대법관 성향이 편중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들은 심도 있는 숙의와 토론을 거쳐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단할 뿐 그것이 다수의견인지 소수의견인지를 고려할 것은 아니다”며 “소수의견이 없다는 이유로 전원합의체 결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거나 대법관 구성이 획일화됐다고 비판하는데 동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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