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취증거견 활용 전년대비 2.6배
지난달 6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삼송동의 한 야산. 인적이 뜸한 골짜기에서 경기북부경찰청 소속 체취증거견 ‘미르’가 별안간 짖어대기 시작했다. 실종된 지 사흘이나 지난 치매 노인 김모(75)씨를 찾아낸 것이다. 경찰과 소방 인력이 이틀 동안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도 추적에 실패한 김씨를 미르는 투입 1시간여 만에 발견했다. 탈진 상태였던 김씨는 무사히 가족에게 인계됐다.
수색 현장에서 체취증거견의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치매노인과 아동 실종이 늘면서 수색 요청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9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체취증거견이 수사에 활용된 경우는 21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83건)과 비교했을 때 2.6배 증가했다. 한달 평균 24건의 사건에 체취증거견이 동원된 셈이다.
사람보다 1만배 이상 발달한 체취증거견의 후각은 실종자 수색에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벨기에 말리노이즈 품종 같은 체취증거견은 인간의 44배 수준인 2억~3억개의 후각세포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서울 북한산 형제봉 인근 매표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을 찾는데도 서울경찰청 소속 체취증거견‘나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나로는 단 10분 만에 성 전 회장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은 현재 전국 10개 지방경찰청에 16마리 수준인 체취증거견 규모를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체취증거견은 한 시간 정도 현장에서 활동하면 체력이 급속도로 떨어져 지방청당 두 마리는 있어야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빠른 시간 안에 관련 예산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체취증거견은 마리 당 450만~500만원 정도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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