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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1주에 주인은 2명?

입력
2016.10.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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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매수 땐 소유권 증권금융에

주식 빌려주면 임대기간 동안

주주의 모든 권한도 함께 넘어가

내 주식을 빌려주기 싫은데도 어쩔 수 없이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빌려주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식을 신용매수할 때 그렇게 됩니다. '신용매수'라는 건 투자자들이 증권사에서 2~3개월간 돈을 빌려서 주식에 투자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사실 그 돈은 증권사가 빌려주는 게 아니라 대부분 증권금융이라는 회사에서 가져온 돈입니다. 그런데 거기서 가져온 돈으로 주식을 신용매수하면 그렇게 산 주식은 증권금융이 담보로 가져갑니다. 담보로만 잡는 게 아니라 소유권도 가져갑니다. 그리고 개인들에게는 말도 없이 그 주식을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빌려주고 있습니다. 그러니 개인들은 내 주식이 공매도 세력에게 넘어간 사실조차 모릅니다.

일부 투자자들은 내 주식이 공매도에 활용되는 것이 싫어서 주식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서비스를 아예 하지 않는 증권사로 보유주식을 모두 옮기기도 합니다만, 그런 증권사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용매수를 하면 그렇게 산 주식은 역시 증권금융이 담보로 가져가서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제공됩니다. 그러나 그 사실을 개인들에게는 통보하지도 않고 주식을 빌려준 대가도 개인들에게 따로 챙겨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개인 투자자들은 그냥 내가 신용으로 돈을 빌려서 산 주식이 내 계좌에 안전하게 잘 들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증권사들이 계좌 잔고를 그렇게 보여주니까요.

이러면 주식 1주의 주인이 2명이 되는 황당한 일도 벌어집니다. 주식을 매수한 나도 주인이고 공매도 투자자의 손을 거쳐서 주식시장에서 내 주식을 산 제3자도 역시 주인이죠. 만약 모든 주주들이 전부 주주총회에 참석하겠다고 하면 계좌에는 분명히 주식이 있는데 실제로 주총장에 들고 갈 주식은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사실 주식을 빌려주면 임대기간 동안에는 주주의 모든 권한도 함께 넘어갑니다. 원래 주인이 그 주식을 팔고 싶거나 주총장에 가고 싶으면 그 주식을 빌려간 사람으로부터 원래 주식을 회수한 후에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신용매수한 투자자들은 대출받은 돈을 갚고 주식을 되가져오기 전에는 의결권이 없는 건데요. 그런데 증권금융은 돈을 빌려주고 가져간 주식의 절반 정도만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임대하므로 절반 정도의 주식은 증권금융 명의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신용매수를 한 투자자들이 주총에 참석하기 위해 주식을 달라고 하면 증권금융이 소유하고 있는, 의결권을 달라고 신청하지 않은 다른 투자자들의 주식 중에 일부를 꺼내서 위임장과 함께 내줍니다. 결과적으로 의결권이 없는 주주가 남의 주식을 들고 주총장에 가는 셈입니다.

평소에는 주총에 참가하려는 주주들이 드물어 이런 식의 임기응변이 가능하지만 치열한 표대결이 예상되어 주총 참석 희망자가 많으면 의결권을 다 나눠주지 못합니다. 이런 제도를 계속 유지하면 전자주총은 불가능한 거죠.

순기능도 있지만 이렇게 여기저기 손 볼 구석이 참 많은 게 우리나라의 공매도 제도의 현실입니다.

이진우 경제방송 진행자(MBC 라디오 ‘손에잡히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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