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젊은층에서 K팝 유행
태권도ㆍ양궁 등 스포츠 교류 밀접
곳곳에 아즈텍ㆍ마야ㆍ스페인 유산
자연 뿐만 아닌 문화도 관심 바라
한국 TPP 가입 지지하고 있지만
기존 FTA 협정 진전시킬 수도
트럼프의 추가적 국경통제보다는
더 나은 국가간 이동절차가 필요
주한 멕시코대사관은 과거 한국일보의 본사가 자리잡았던 서울 중학동에 위치하고 있다. 4일 방문한 호세 루이스 베르날 로드리게스 대사의 집무실에서는 창을 통해 조선의 정궁이었던 경복궁과 한국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베르날 대사는 “멕시코의 존재감을 알리고 한국과의 관계를 더 긴밀하게 하고 싶다는 뜻으로 한남동에서 이 곳으로 대사관을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 부임 3년차인 베르날 대사는 서울뿐 아니라 부산과 경주 등 여러 지역의 발전상을 열거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_주한대사를 맡은 지 3년째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자마자 한국의 경제발전에 큰 감명을 받았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무역을 통해 자금을 끌어와도 그 성과를 제대로 분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은 기반시설에 투자하고 교육제도를 발전시키는 등 성과 분배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오늘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강한 중산층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_일반적으로 멕시코 사회는 한국을 어떻게 인식하나?
“관심이 늘고 있다. 멕시코와 한국의 유사성이 많다. 두 사회는 모두 가족적 가치를 중시하고, 앞서 언급했듯이 음식도 비슷하다. 매운 음식과 데킬라처럼 강한 술을 즐기기 때문에 두 나라 사람이 식사를 함께하면 즐거운 자리가 된다. 최근에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K팝을 통해 한국에 접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전통악기나 의복, 음식 등에 접근하게 된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멕시코는 뛰어난 태권도 선수를 키워냈고, 양궁에서도 한국의 노하우를 알고자 협력하고 있다. 한국의 노하우를 배울 수 있게 많은 멕시코 학생과 기업가가 한국을 방문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_반대로 한국에서는 멕시코를 휴양지로만 아는 경우가 많다.
“수려한 관광자원도 좋지만 유서 깊은 문화에도 관심을 주었으면 한다. 넓은 영토에 다양한 전통이 남아 있다. 역사를 좋아하는 이라면 유카탄 반도의 치첸이차, 멕시코시티의 테오티우아칸을 비롯해 베라크루스나 타바스코 같은 곳에 남아 있는 아즈텍ㆍ마야 유적에 흥미를 느낄 것이다. 여러 토착민 사회가 당시의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으로 멕시코는 스페인 식민 시대에 출발한 국가라, 당시에 건설한 도시에 스페인 문화의 영향이 남아 있다. 해변뿐 아니라 북부의 와인 산지와 남부의 정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연 환경이 있기에 두루 살펴 주었으면 한다.”
4월 박근혜 대통령이 멕시코를 방문해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회담한 후 두 나라는 총 25개의 협약을 체결했다.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당시 워싱턴에서 근무하며 실무를 맡았던 정통파 외교관답게, 베르날 대사는 멕시코와 한국의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를 하나하나 열거하며 모든 분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_박 대통령의 멕시코 방문 이후 두 나라는 한-멕시코 FTA 재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진전을 위해 어떤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당초 한-멕시코 FTA는 2010년 체결을 목표로 협상 중이었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양쪽 모두 협상을 진전하기 어려웠다. 멕시코 입장에서는 협정을 성급하게 진전시키기보다는 최근 등장하는 새로운 국제 무역 질서 표준에 양국의 입장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멕시코는 가능하면 새로운 무역질서를 존중하고자 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다. 멕시코는 TPP에 가입한 반면 한국은 가입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 멕시코는 일단 한국의 TPP 가입을 지지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이 TPP 가입을 원하지 않을 경우 이에 맞추어 새로운 회담을 준비할 것이다.”
_한국은 북한의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공조를 요청하고 있다. 멕시코 정부의 입장은 어떠한가?
“멕시코는 항상 다자간 군축 협정을 위해 노력해 왔으며 특히 핵무기 확산에 반대해 왔다. 1967년 체결한 틀라텔롤코 조약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최초로 ‘비핵화지역’을 선포하기도 했다. 멕시코는 한국과 양자 공동 성명을 냈고 MIKTA 공동성명,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에도 참여했으며 모든 금수 및 제재조치에 참여하기로 했다. 북한은 국제 협약을 어겼고 멕시코 정부는 이를 비판하는 입장이며 유엔이 제시하는 조치에 모두 참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없더라도, 멕시코 외교원칙은 무력의 사용을 가능한 한 반대하고,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움직임은 위협이며 우리는 세계 공동체에 합류해 핵개발을 비판하는 입장이다.”
베르날 대사는 멕시코를 겨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후보의 ‘벽 세우기’ 발언을 전세계적으로 유행하는 보호무역주의라는 틀 안에서 바라봤다. 그는 멕시코와 한국이 호주ㆍ터키ㆍ인도네시아와 함께 결성한 중진국 협력체 MIKTA의 목표 중 하나가 개방경제를 지지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베르날 대사는 “미국 같은 서구선진국이 보호주의를 요구한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맞서나가야 한다”며 “개방경제가 모두에게 이득이라는 점을 적극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_최근 멕시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후보의 ‘국경에 벽을 세우겠다’는 발언 때문에 내외로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국경에서 자랐고 그 지역을 잘 안다. 태평양에서 대서양에 걸쳐, 산맥과 사막, 그리고 리오그란데강이 있고, 수많은 일이 일어난다. 엄밀히 말하면 두 나라 사이에 벽이 없는 건 아니다. 트럼프가 말하고 싶은 것은 추가적인 국경을 만들어 양측의 교류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멕시코는 트럼프의 의견과 달리 오히려 국경을 열어두길 원한다. 하루에 미국-멕시코 국경을 오가는 사람만 100만명이다. 국경을 개방함으로써 연간 5,000억달러의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두 나라 시민사회도 긴밀하게 교류하고 있다. 지난 30년간 미국과 밀접한 관계였던 멕시코의 입장에서는 벽을 새로 세우는 것보다 더 나은 국가간 이동 절차를 제시하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_한국인들 가운데는 멕시코의 치안 상황에 우려를 표하는 이들도 있다.
“멕시코 사회로서도 이는 중대한 문제다. 우선 주요 관광지의 치안은 매우 안정적이며, 지난해에도 3,200만명의 관광객이 무사히 멕시코를 다녀갔다. 멕시코는 조직적인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경찰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소위 ‘마약 카르텔’과 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 마약 밀매 루트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ㆍ유엔과 협력하고 있고, 한국과도 국제범죄해결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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