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문제로 소문난 연세대
수학ㆍ과학 전년보다 쉽게 출제
건국대ㆍ성균관대 등도 쉬운 기조
선행학습 부추긴다는 비판 높자
고교 교육과정 범위서 출제 경향
평이한 논술 추세는 지속될 전망
자연계 대입 논술 시험이 쉬워지고 있다. 까다로운 논술 문제로 수험생들의 원성을 샀던 연세대까지 올해 난도를 낮췄다.
9일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2017학년도 연세대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 전형 시험에서 수학ㆍ과학 모두 대체로 전년보다 쉽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늘교육이 시험 당일 응시생 96명을 대상으로 표본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수학은 응답자 중 72.6%가 전년에 비해 문제가 쉬웠다고 대답했다. 과학도 비슷했다. 물리만 어렵다는 반응(58.3%)이 많았을 뿐 생명과학ㆍ화학ㆍ지구과학은 70% 이상 쉽다고 답했다.
연세대는 출제 분야 선정에서부터 체감 난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시험 문제가 나온 확률ㆍ통계, 공간도형 등보다 올해 시험의 다항함수, 원의 접선, 함수의 극한 등이 수험생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여기는 단원이다. 과학 역시 개념만 파악하고 있으면 문제를 푸는 데 별 지장이 없거나(생명과학ㆍ화학), 제시문만 이해해도 해결 가능한 문제(지구과학)가 출제됐다.
다른 주요 대학들도 전반적으로 ‘쉬운 논술’ 기조였다. 연세대와 같은 날 자연계 전형이 실시된 동국대와 홍익대 응시생들도 수학ㆍ과학을 막론하고 전년과 비슷하거나 더 쉽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앞서 이달 1일 치러졌던 건국대와 성균관대(과학인재 전형) 시험에서 역시 수학은 쉽게, 과학은 비슷한 수준으로 출제됐다고 하늘교육은 분석했다.
이런 추세는, 시민단체들이 공교육 정상화에 대학들이 무신경하다고 비판해 온 상황에서 정부도 압박에 가세한 결과다. 지금까지 논술로 입학생을 추리려는 대학들은 문제 난도를 높이는 식으로 변별력을 확보해 왔다.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나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특히 연세대는 까다로운 문제로 학생ㆍ학부모들의 불만을 샀다. 작년 연세대 논술 문항 중 고교 교육과정 밖 문항이 52%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대학이 선행학습을 부추긴다는 논란이 지속되자 교육부는 올해 처음 대학별고사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한 뒤 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난 12개 대학에 지난달 결과를 통보했다.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10조는 대학별고사에서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거나 평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평이한 논술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교과 성적이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위주 전형에 응시할 만한 정도에는 못 미치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자신 있는 수험생들이 논술을 통해 대입을 노리는 경우가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김명찬 종로학원 학력평가연구소장은 “재작년까지만 해도 쉬운 문제로 옥석을 가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부족하고, 수험생에 대한 배려에 소홀했던 대학들이 작년부터 외부 비판을 의식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논술 공부를 따로 할 필요성이 줄어드는 만큼 교과과정에 나오는 기본 개념을 충실히 익히고 대학별 기출 문제를 참고해 답안 작성하는 연습을 한다면 수험생들이 논술을 대비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 11월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논술 시험을 치르는 주요 사립대는 고려대와 성균관대, 서강대, 중앙대, 경희대, 이화여대 등이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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