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빌려서 파는 투자법
연기금ㆍ보험사 등 장기투자자가
임차료 받고 주식 몇 달씩 빌려줘
개인은 공매도 기회 많지 않아
-“공매도 금지시켜야” 목소리
증시 변동성 부채질 개미 울리고
유상증자 후 주가 악영향 불구
공매도 없애면 주식 거품 부작용
주식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돈을 법니다. 그러나 주식을 빌려다가 먼저 비싸게 팔고 나중에 싸게 사서 되갚는 식으로 돈을 벌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식의 투자를 공매도라고 합니다.
최근 논란이 불거진 한미약품의 사건도 공매도 투자자들과 관련이 있습니다. 회사의 악재가 공시되기 전에 그 정보를 몰래 빼내서 한미약품 주식을 공매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이런 공매도는 어떤 구조로 이뤄지는 걸까요. 오늘의 주제는 공매도입니다.
갖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어떻게 팔까
공매도는 갖고 있지도 않은 주식을 파는 투자법입니다. 어떻게 보유하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팔까요. 어디선가 빌려옵니다. 연기금이나 보험회사같은 장기투자자들은 어차피 당분간은 그 주식을 팔 계획이 없기 때문에 돈을 받고 주식을 몇 개월씩 빌려주곤 합니다. 동네마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있듯이 주식시장에도 연기금 등으로부터 임대용 주식 매물을 받아다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소개해주고 소개비를 받는 공매도 중개업자들이 있습니다.
개인들 중에도 주식을 빌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남에게 빌려주더라도 팔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팔 수 있으니 괜히 계좌에 보관만 할 게 아니라 빌려가겠다는 곳이 있으면 돈을 받고 빌려주는 게 낫겠지요. 그래서 많은 증권사들이 주식을 빌려주겠다는 개인들로부터 주식을 받아다가 공매도 투자자들에게 빌려주고 중개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공매도 투자자들이 주식을 빌릴 때 내는 임차료는 주식마다 다릅니다. 빌려주겠다는 사람이 많은 흔한 주식은 임차료가 연 1% 정도지만 꼭 빌리고 싶은데 빌려주는 사람이 드문 귀한 주식은 연 100%가 넘는 임차료가 지불되기도 합니다.
개인도 할 수는 있지만…
공매도는 기관과 외국인만 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증권사에서 '대주거래'를 신청하면 됩니다.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서 시장에 팔고 해당 종목의 주가가 내리면 다시 사서 갚으면 됩니다. 사실상 공매도와 동일합니다. 그런데,
공매도 대상이 증권사가 주식을 빌려주는 종목으로 제한되고 수량도 증권사가 빌려주는 물량으로만 정해져 있어서 모든 종목을 얼마든지 공매도할 수는 없습니다. 큰 차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기관이나 외국인들도 주식을 빌려줄 상대방을 열심히 찾아야 하니 비슷한 상황이긴 하지만 기관들은 거래규모가 커서 주식을 빌려줄 상대방을 대신 찾아주는 업자들이 있고 그래서 보다 손쉽게 주식 대여자를 찾을 수 있습니다. 개인들에게 주식을 빌려주는 대상은 역시 개인들입니다. 기꺼이 주식을 빌려주겠다고 동의한 개인들이나 신용매수를 하고 증권금융에 주식을 담보로 잡힌 개인들의 주식이 대주 거래의 대상입니다.
기관과 외국인들은 그들끼리만 거래할 뿐 개인들에게 주식을 잘 빌려주지 않습니다. 빌려가는 수량이 적어서 귀찮기만 할 뿐 돈이 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개인들은 빌릴 수 있는 주식의 종류와 수량이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많지 않습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에서 수익을 얻는 데 사용되기도 하지만 좀 색다른 공매도 투자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년 후에 주당 1만원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사채 10억원어치를 샀다면 이 투자자는 1년 후의 주가가 1만원이 넘어야 남는 장사가 되는데 그때의 주가는 아무도 모르니까 불안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주가가 1만2000원이라면 이 투자자는 지금 10만주의 주식을 빌려다 공매도를 합니다. 그러면 손에 12억원이 생기겠죠. 그 돈을 그대로 갖고 있다가 1년 후에 주당 1만원씩 10억원을 내고 주식 10만주를 사오는 권리를 행사해서 빌린 주식 10만주를 갚으면 됩니다. 그러면 2억원의 안전한 투자수익이 생기는 거죠. 공매도는 그렇게도 활용됩니다.
과거에 외국인들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고 홍보하던 많은 기업들은 이런 뒷거래가 있었던 겁니다. 그 외국인들은 기업의 미래에 투자한 게 아니라 그냥 땅 짚고 헤엄치는 안전한 투자를 했던 거죠.
공매도 자체를 금지한다면?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을 빌려주면 그걸 빌려간 사람은 그 주식을 공매도할 게 뻔하고 그러면 내가 가진 주식의 주가가 내려갈 텐데 왜 굳이 빌려주려고 할까요. 그건 이미 주식을 빌리고 빌려주는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안 빌려줘도 누군가는 주식을 빌려주고 임차료를 받아갈 테니 그럴 바엔 내가 먼저 빌려주는 게 나은 거죠. 또 연기금처럼 장기로 투자하는 경우는 앞으로도 주식을 더 사야 하니 주식을 빌려주고 그 주식이 공매도되어서 주가가 낮게 형성되도록 하는 게 추가매수를 더 싸게 할 수 있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공매도 자체를 금지시키자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악재가 생긴 종목에 공매도 투자자들이 몰리면 그렇잖아도 내려가는 주가에 더 가속도가 붙기도 하니까 공매도가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또 기업이 유상증자를 할 때는 현재 주가보다 싸게 주식을 발행하는 데(그래야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니까요) 그 점을 노린 공매도 세력들은 공매도 물량을 퍼부어 주가를 계속 끌어내립니다. 아무리 내려가도 그보다는 싸게 유상증자를 할 테니 그 때 주식을 받아서 공매도한 물량을 갚겠다는 전략인 겁니다. 제도의 허점을 노린, 나쁜 공매도 투자의 사례입니다.
그러나 공매도의 순기능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거품이 잔뜩 낀 주식은 공매도 투자자들이 없다면 주가가 계속 더 오를 수도 있습니다. 주가가 오르는 동안은 누구나 행복하기 때문이죠. 그냥 두면 주당 10만원까지 올랐을 주식이 공매도 투자자들로 인해 주당 5만원까지만 오르고 만다면 거품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투자자들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운전할 때 브레이크가 자꾸 걸리면 성가시긴 하지만 과속을 막는 기능을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대부분 '매수' 보고서만 내고 '매도' 보고서는 내지 않는 이유는 공매도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공매도 투자가 활발하다면 애널리스트들이 쓴 '매도' 추천 보고서도 돈이 되는 보고서니까 인기를 끌겠죠. 애널리스트들이 기업들을 더 비판적인 눈으로 분석하게 될 겁니다.
이진우 경제방송 진행자(MBC 라디오 ‘손에잡히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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