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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 된다고 모두 표준어 아니죠”

입력
2016.10.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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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국어문화원 김미형원장이 “언어폭력이 없는 말이 문화를 통합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상명대 국어문화원 김미형원장이 “언어폭력이 없는 말이 문화를 통합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하고 있다.

청소년이 자주 쓰는 비속어들

검색 가능할 정도로 고착화

스마트폰 보급에 언어 파괴 심각

“‘식빵’ ‘존나’등 의 욕설이나 패륜에 가까운 단어를 영어의 애드립과 합성한 이른바 ‘패드립’을 우리 청소년들이 일상생활에서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어 안타깝다.”

김미형(57)상명대 국어문화원장은 30년간 강단에서 올바른 국어교육을 실천하며 한글의아름다움과 가치를 강조해온 ‘우리말 지킴이’다.

그는 “올해 창제 573돌을 맞은 한글은 세계적으로 우수성과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한글 파괴현상과 무분별한 외래어와 비속어 사용으로 아름다움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올바른 언어사용은 문화를 통합하고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뜻이 이어지지 않는 외래어의 남용, 국적불명의 단어사용으로 한국 사회를 소통부재로 내몰고 있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어학과교수인 그가 책임지고 있는 국어문화원은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올바른 언어문화 정착을 위한 연구기관이다. 2004년 ‘상명대학교 국어상담소’라는 이름으로 설립, 이듬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어상담소로 지정을 받은 이후 2008년 개정된 국어기본법에 따라 현재의 국어문화원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 원장은 2013년 국어문화원장을 맡은 이후 강단에서 강조하던 우리말의 소중함을 전달하고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학교 밖으로 확대했다.

현재 충남지역의 언어 문화를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학교와 군부대, 관공서 등을 찾아가 우리 말과 글을 바르게, 쉽게, 품격 있게 사용하는 국어 상담과 교육, 연구까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공언어 개선사업으로 충남 공무원을 대상으로 국어문화학교와 충남도청 누리집에 ‘국어사랑방’을 운영하며 공문서 바로 쓰기 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국어문화원 교수들과 함께 전입ㆍ전출신고서, 출생신고서, 혼인신고서 등 각종 행정서식에서 세대주를 ‘가구주’로, 도용을 ‘몰래 사용’으로, 기재를 ‘적다’등 한자용어를 알기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쓰도록 건의했다. 행정자치부는 이들의 건의를 받아들여 조만간 전국의 행정서식을 이같이 바꿀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행정기관을 우리말 지키기 사업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에 대해 “행정이 국민의 일상생활에 주는 영향이 크고 일반국민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쉬운 것부터 바꿔보자는 생각에 주요 외국 인명과 지명의 한글표기 구축, 방송언어사용실태 조사, 문화재 안내판 쉬운 말 풀이, 지자체 청사 언어환경 실태조사 등을 통해 조금씩 우리 말 쓰임새의 오류를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욕설사전 편찬ㆍ행자부에 건의…

30년간 한글 순화 운동 펼쳐

결혼이민여성에 한국어 교육도

그는 청소년 언어의 순화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영화, TV의 각종 예능프로그램들이 자막을 통해 우리말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문자전송과 메신저 소통이 늘면서 청소년들의 짧은 문장 만들기가 우리말 훼손의 일상생활화로 자리잡아 훼손의 속도가 빨라졌다”며 “청소년들이 오래 전부터 사용한‘ㅠㅠ’‘시강’ ‘십덕후’등 자신들만 사용하는 신조어는 인터넷 검색까지 가능해 표준말로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자신의 말과 글에서 매일 훼손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은 이를 모르고 있다”며 “이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는 이미 변화해 굳어진 것은 할 수 없다 하더라도 훼손가능성이 높은 사안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세워 우리말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말과 글은 그릇과 그 안에 담긴 음식과 같아 어떤 그릇을 쓰고 어떤 음식을 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문법에 맞지 않는 자막과 앞뒤가 틀린 외래어, 짧게 의사전달을 하기 위해 우리말을 망가뜨린 단어들이 이미 청소년의 언어가 되어버렸다”고 언어순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청소년들의 우리말의 가치를 느낄 수 있고 올바른 사용을 유도하는 방안으로 ‘청소년 우리말 지킴이’를 선발하고 ‘욕설 어원 사전’ 등을 만들기도 했다.

김 원장은 “오래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한글 맞춤법 사용을 어렵게 생각하고 한글을 등한시 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왔다”면서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말과 우리글을 어렵게 생각하는 것에 대해 국어학자로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상명대에서 열린 이주민 한국어경연대회에 참석한 결혼이주여성과 유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상명대에서 열린 이주민 한국어경연대회에 참석한 결혼이주여성과 유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는 수년 전부터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 한국어 교육사업을 필생의 교육과제로 삼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10만 가구를 넘었고 이들 자녀들이 우리나라의 미래의 커다란 축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우리말교육이 더욱 절실한 상황입니다.

김 원장은 “외국에서 온 엄마들이 우리말에 서툰 만큼 자녀들의 우리말 능력이 뒤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우리말 실력이 뒤쳐지면 학교 교육이 뒤쳐질 수 밖에 없고 더 나아가 사회적응 능력까지 뒤따라가지 못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에게 적합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시책도 실천하고 있다. 국어문화원 사업으로 법무부 사회통합프로그램, 천안시청 결혼이주여성의 직업기초능력향상 프로그램, 충남평생교육진흥원 ‘다문화가정 결혼이민자의 취업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한글날이면 교내 유학생과 다문화가정 주부들이 참여하는 ‘우리말 겨루기 대회’를 열고 있다.

학교의 지원과 동료교수 2명과 함께 결혼이민자 여성 동화책 번역반 수업을 통해 2년간 40편 이상의 동화 번역과 4권의 책을 엮어 내기도 했다.

특히 결혼이민여성의 대한민국 주류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한국어교사양성교육과정은 가장 성과가 높은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과정을 이수하고 자격시험에 통과한 3명은 일선 초 중학교에서 중도입국 학생과 다문화가정 자녀와 엄마들을 대상으로 1:1 한국어 예비학교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런 활동은 상명대 국어문화원이 2015년부터 2년 연속 전국 20개 국어문화원 가운데 최우수기관 선정으로 이어졌다. 김원장은 그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국어문화원 전담교수인 서은아 교수는 국립국어원장상을 각각 수상했다.

김 원장은 “내 생각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국어문화원 동료교수들과 대학 내 한국어문학과의 전폭적 지지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우리말 교육을 통해 언어와 글을 논리적이고 품격 있게 표현해 갈등을 해소하고 소통이 원활해지는 변화의 씨앗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미형 교수 프로필>

1959년 서울 출생

1982년 상명대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1991년 한양대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문학박사)

1994년 상명대 한국어국문학과 교수

2011년 상명대 교무처장

2011년~현재 한말연구학회 이사

2013년~현재 상명대 국어문화원장

2015년~현재 상명대 학생처장

<저서>

우리말의 어제와 오늘(2005, 2012년 개정판 발행)

한국어 대명사(2005)

국어표기법의 이해(2010)

한국어와 한국사회(2013, 공저)

천안=글ㆍ사진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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