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륙하며 급격히 세 약화
아이티 870여명ㆍ美10명 사망
취약 인프라가 화 키운 듯
미국 남동부 지역을 비상사태로 몰아넣었던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가 예상보다 적은 피해를 남기고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체계적인 대비로 피해를 최소화한 덕분이다. 하지만 카리브해 최빈국 아이티에서는 9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국제사회의 손길이 절실해졌다.
AP 통신 등은 8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매클렌빌에 상륙한 매슈가 1급으로 약해졌다고 보도했다. 매슈가 7일 처음 미국 연안에 당도할 무렵 중심 풍속은 최대 시속 220㎞(4급)이었으나 이날 본토에 상륙할 때 1급 규모인 시속 135㎞로 크게 줄었다고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가 밝혔다. 매슈로 인해 미국 내 10명이 사망했으나 대부분 홍수가 아닌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 등에 깔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 언론은 매슈의 상륙을 앞두고 플로리다, 조지아 등 피해 예상 지역인 4개 주정부가 신속하게 대처한 덕분에 피해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합동으로 200만명의 주민을 긴급 대피시킨 게 주효했다는 것이다. 난폭한 움직임을 보였던 매슈의 경로에 대한 예측이 적중했던 것도 피해를 줄이는 데 한몫 했다. 콜로라도 주립대의 기상학자인 필 클로츠박 교수는 “매슈가 32~48㎞만 진행 방향을 본토 쪽으로 바꿨더라도 광범위한 재앙을 안겼을 것”이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운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에 앞서 매슈가 덮친 아이티는 하염없이 늘어나는 사상자에 절망하고 있다. 4일 시속 230㎞의 강풍을 동반한 매슈가 아이티에 상륙한 이후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만 870여명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매슈가 휩쓸고 지난 지역엔 6만여명에 달하는 이재민까지 발생했다. 피해지역 건물 대부분이 붕괴된 데다 서부 도시는 전기와 수도, 통신 마저 끊겨 사실상 고립 상태다. 아이티 정부가 정확한 피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은 주민 100만명 이상이 타격을 입었으며 이중 3분의 1 이상이 인도적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범미주보건기구(PAHO)는 “대규모 홍수로 인해 수자원 및 위생 시설이 파괴되면서 매슈 직후뿐 아니라 2017년 초부터 시작되는 우기 시즌 동안 콜레라가 급속히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아이티가 막대한 피해를 입은 데는 2010년 1월 대지진으로 인해 취약해진 인프라 탓이 컸다는 지적이다. 22만여명의 목숨을 앗아 간 대지진 이후 수많은 주민들이 집을 잃고 텐트나 양철 지붕 등이 덮인 오두막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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