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원 47.6㎞ 전 구간 복원
3000명 참여, 격쟁 등도 볼거리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가 묻힌 수원화성 능에 참배하러 가는 ‘정조대왕 능행차’가 8,9일 서울 창덕궁~수원화성 행궁 47.6㎞ 구간에서 오롯이 재현됐다. 수원화성 축조 220년 만이다.
정조는 사도세자 무덤을 융ㆍ건릉으로 옮긴 뒤 수원화성으로 13차례 능행차를 떠났다. 창덕궁을 출발해 시흥행궁에서 하루를 묵고 안양을 거쳐 수원화성까지 오는 조선 최대 왕실행렬이었다.
정조 즉위 20주년을 앞두고 어머니 혜경궁 홍씨 환갑잔치를 기념해 7박8일 일정으로 수원화성을 찾은 1795년(정조 19년) 행차에는 참여인원만 6,000여명에 달했다고 한다. 서울시와 경기 수원시가 세계문화유산 ‘원행을묘정리의궤’에 묘사된 당시 능행차를 원형대로 복원한 이번 행사에는 3,069명과 말 408필이 동원됐다.
시민공모로 뽑힌 정조와 혜경궁 홍씨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돈화문로 600m 양쪽에 백관이 도열한 가운데 안전ㆍ무사복귀를 기원하는 출궁의식으로 능행차를 시작했다. 한강 노들섬은 330m 길이의 배다리를 이용해 건넜다.
능행차 행렬은 노량진역과 장승배기, 시흥IC를 지나 시흥행궁에서 하루를 묵은 뒤 금천구청, 만안교, 안양역(안양행궁지), 의왕시(사근행궁지), 화성행궁 등을 거쳐 9일 오후 연무대에 당도했다.

행렬이 머무는 동안 시흥행궁과 안양역 광장 등에서는 백성들이 임금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격쟁’이 연출되기도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그 동안 서울을 제외한 경기도 구간에서만 능행차를 해와 늘 ‘반쪽짜리’라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번 전 구간 재현은 정조대왕의 효심과 위민의 길을 재조명하는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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