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동맹군이 8일(현지시간) 예멘 수도 사나에서 반군 인사의 장례식장을 공습해 최소 155명이 사망했다.
CNN에 따르면 사우디 동맹군은 이날 후티 반군 정부의 내무장관인 잘랄 알 로와위샨 부친의 장례식이 열리던 건물을 공습해 최소 155명이 사망하고 500여명이 부상했다. 후티 반군 보건장관 대행인 가지 이스마일은 “사우디가 로와이샨 일가의 장례식장을 공격해 식장에 있던 주민들을 대량 학살했다”고 비난했다.
공습을 받은 건물은 완전히 파괴돼 철골이 그대로 드러났고, 건물 내부는 불탄 잔해로 아수라장이 됐다. 현장에 있던 한 구조대원은 “피로 호수를 이뤘다”고 끔찍한 현장 상황을 전했다. 사우디군은 장례식장에 모인 반군 인사를 노린 것으로 보이지만 조문객들이 몰려 일반인 피해가 컸다. 로버트 마르디니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중동지부장은 “민간인들의 목숨을 잔인하게 앗아갔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자 사우디와 안보협력을 맺고 있는 미국은 즉각 상황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안보협력이 ‘백지 수표’는 아니다”라며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우디에 이뤄지는 지원을 조정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우디 측은 공습을 부인했다.
2011년 시작된 예멘 정부군과 시아파 무장단체 후티 반군 사이의 내전은 현재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비화한 상태다. 사우디 주도 수니파 동맹국은 예멘 정부를 지원하며 시아파 맹주 이란이 지원하는 후티 반군을 공격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예멘 내전으로 최소 9,000명이 사망하고 3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정지용 기자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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