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에 1승만 남겨 놓으며 108년째 깨지지 않는 ‘염소의 저주’ 탈출을 위해 순항하고 있다.
컵스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 필드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5전3선승제) 2차전에서 5-2로 승리, 1차전 1-0 승리에 이어 먼저 2승을 챙겼다. 선발 카일 헨드릭스가 4회초 타구에 오른쪽 팔꿈치를 강타당한 뒤 마운드를 떠났지만 두 번째 투수 트래비스 우드가 1⅓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공백을 잘 메웠다. 우드는 4회말 솔로홈런까지 터트리며 투타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쳤다. 포스트시즌에서 구원투수가 홈런을 때린 건 1924년 뉴욕 자이언츠의 로지 라이언이 워싱턴 세내터스와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컵스는 1908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108년 동안 무관에 그쳤다. 마지막 월드시리즈 진출도 71년 전인 1945년이었다. 컵스는 당시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에서 염소와 함께 쫓겨난 빌리 시아니스라는 팬이 “앞으로 다신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고 독설을 퍼부으며 시작된 ‘염소의 저주’에 시달렸다. 그러나 올 시즌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100승을 넘기며 포스트시즌에서도 강팀의 면모를 발휘해 ‘염소의 저주’를 깰 적기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워싱턴 DC의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LA 다저스와 워싱턴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은 허리케인 매슈 여파 때문에 10일 오후 2시로 연기됐다. 전날 열린 1차전에서는 다저스가 워싱턴에 4-3으로 승리했다.
추신수(34ㆍ텍사스)의 텍사스는 포스트시즌에서 탈락 위기에 놓였다. 텍사스는 전날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2차전에서 다르빗슈 유가 홈런 4방을 허용하는 난조 끝에 토론토에 3-5로 패했다. 추신수는 이날 결장한 가운데 텍사스는 홈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내줘 벼랑 끝에 몰렸다.
한편 메이저리그 진출 첫 시즌을 마친 오승환(34ㆍ세인트루이스)은 8일 오후 귀국했다. 세인트루이스와 1+1년 최대 1,100만 달러에 계약한 오승환은 중간 계투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6월 말부터 마무리 투수로 승격했다. 7월3일 밀워키와 홈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를 올리며 한국인 최초로 한ㆍ미ㆍ일 프로야구 1군 무대에서 세이브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오승환은 팀 투수 중 가장 많은 76경기에 나서 6승3패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오승환은 “올해 좋은 경험을 했지만,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며 “내년에는 100점이 되도록 비시즌에 열심히 준비하겠다. 보직은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문제에 대해서는 “KBO의 결정에 따르겠다. 당연히 대표팀에 불러주시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조심스러워했다. 9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올 시즌 도중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옮긴 오승환은 내년에도 같은 자리에서 시즌을 시작할 것”이라며 오승환의 마무리 재신임을 전망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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