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축구 경기 뒤 판정 불만 관중 경기장 난입
퇴장하는 심판에 발길질 후 얼굴 향해 우산 던져
심판은 광대뼈 함몰돼 수술, 잔여경기 소화 불가
구단 “지나친 편파 판정…심판부터 사과하라”
연맹은 “홈경기 1회 개최 불가” 솜방망이 징계
실업축구 내셔널리그에서 관중이 던진 우산에 심판이 맞아 크게 다쳐 파문이 일고 있다.
전·현직 심판 등 복수의 축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일 김해운동장에서 벌어진 김해시청과 대전코레일의 2016 내셔널리그 경기가 끝난 직후 관중석에 있던 60대 남성 A씨가 경기장에 난입해 퇴장하던 심판 B씨의 얼굴을 향해 우산을 던졌다. 우산에 얼굴을 맞은 심판 B씨는 광대뼈 함몰 등으로 전치 5주 진단을 받아 수술을 받았고 현재는 통원 치료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앞으로 3개월 정도 더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이번 시즌의 남은 모든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한 축구 관계자는 7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폭우 속에 펼쳐진 이날 경기에서 홈팀 김해시청 코치가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퇴장 당했고, 후반 중반엔 격한 불만을 나타낸 김귀화 감독까지 퇴장 당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경기가 김해시청의 1-2 패배로 끝나면서 관중석에 있던 A씨가 뛰어들어와 주심을 걷어찼고, 이후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심판을 향해 우산까지 집어 던져 부상을 입혔다는 것. 김해시청 구단 관계자는 “이날 경기장에 4명의 안전요원만 배치해 관중석 모든 곳을 통제하기가 힘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일로 축구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한 은퇴 국제심판은 “자칫 우산이 눈에 맞았을 경우 실명할 수 있었다고 한다”며 “아무리 심판 판정이 아쉬웠다 해도 공식 경기에서 심판 안전이 이 정도로 무방비 상태였다는 게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구단에는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졌다. 한국실업축구연맹(내셔널리그)은 사건 직후 안전관리 미흡을 이유로 김해시청에 3차례의 홈경기 개최 불가 징계를 통보했지만, 징계가 과하다며 낸 김해시청 측의 재심 청구안을 받아들여 홈경기 안전요원 충원을 약속 받고 1경기 개최 불가로 징계 수위를 낮췄다. 김해시청은 지난달 24일로 예정됐던 목포시청과의 홈경기를 23일 목포 원정경기로 치르면서 이미 징계를 마친 상태다. 7일 대한축구협회 공정위원회에서 징계 수위가 적절한지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후 다시 열리게 될 공정위원회 논의 결과에 따라 김해시청에 대한 징계 수위는 조절될 가능성도 있다.
구단 관계자는 “홈경기에서 벌어진 사태라 안타깝지만 관중 개인의 돌발 행동으로 보고 있다”며 구단 차원의 사과는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경기에서) 누가 봐도 불공정하다고 느낄 정도의 편파 판정이 이뤄졌다”며 “심판이 먼저 구단에 사과를 하면 사과하겠다”고 맞섰다. 현재 관중 A씨와 심판 B씨는 합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구단은 심판의 치료가 어느 정도 끝났을 때 치료비 지원 등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다.
리그를 운영하는 실업축구연맹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연맹 관계자는 “지금까지 경기장 안전요원 배치 인원 등 세부지침은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최대한 빨리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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