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지난 6일 개막했다. 태풍 차바, 영화인 보이콧, 김영란법 등 악재가 겹쳤지만 영화제는 계획된 일정대로 굴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등을 관계자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봤다.
개막식 하루 전날인 5일 태풍 차바가 부산을 휩쓸었다. 해운대 마린시티 주변은 물 폭탄을 맞고 쑥대밭이 됐다. 큰 피해를 입은 사진과 영상들이 온라인에 돌며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이날 부산 중구 비프 광장 특설무대에서 진행된 전야제는 김은숙 중구청장의 개막선언과 함께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홍콩의 조니 토 감독, 미국 배우 하비 케이틀, 독일 배우 나스타샤 킨스키의 핸드프린팅이 공개됐고 축하공연은 가수 백청강이 꾸몄다.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개막식에서도 태풍의 흔적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영화제 관계자는 "해운대 비프빌리지 행사들이 영화의전당 두레라움으로 장소를 옮긴 것 외에는 태풍으로 인한 변경사항은 없다. 계획된 일정들이 차곡차곡 진행 중에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해운대에서의 행사가 취소되면서 영화제가 예년보다 다소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한 업계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하면 엄청나게 축소됐다. 해운대에서 행사가 진행됐을 땐 영화제를 모르고 온 관광객도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국내 배우가 오르는 행사 외에도 외국 영화인들의 행사에도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격차가 현격하다. 영화제에 대한 관심이 있는 분들이 찾아오는 정도"라고 아쉬워했다. 해운대 시장 골목의 한 상인은 "영화제가 열리는 중인지 맞나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언론에 의해 크게 좌지우지 되는 것 같다. 언론들이 심각하게 태풍을 보도하니까 관광객이 오겠느냐"고 격한 감정을 표출했다.
그런데 태풍보다 더 큰 문제는 영화제를 찾는 스타들이 줄었다는 것이다. 2년 전 영화 '다이빙벨' 상영으로 촉발된 영화제 자율성과 독립성 논란은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범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의 보이콧으로 이어졌다. 이들이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영화제를 찾는 스타 감독들이 줄었고, 이에 따라 배우들도 참석을 자제했다. 단골손님 탕웨이를 비롯한 이정재 송강호 전도연 등 톱스타 부재의 여파가 컸다. 조합 관계자는 "단체는 보이콧을 유지하되 개인의 참석은 막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보이콧을 철회한 분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인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화제 곳곳에서는 '#ISUPPORTBIFF' 캠페인이 벌어졌다. 표현의 자유와 영화제 개최의 독립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레드카펫에 초청된 배우 김의성은 "부산영화제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영어문구를 들어 보였다.
김영란법(부정창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후 처음 열리는 국제행사라는 점도 영화제를 위축되게 했다.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투자배급사들의 주최하는 '~의 밤' 행사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매체들의 취재 일정도 줄어 주말 안에 일찌감치 짐을 싸 서울로 복귀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취재기자는 "밥을 얻어먹자고 가는 행사가 아니라 올해의 라인업을 듣고 앞으로의 취재에 대한 방향을 설립하는 좋은 자리였다. 이렇게 사라지니 섭섭한 마음이 있다. 설명회 자리라도 있으면 갈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영화제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2016아시아필름마켓은 8일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개막해 오는 11일까지 나흘간의 일정으로 바이어들을 만난다. 47개국 1,300여 명이 참여했는데 마켓 관계자는 "영화제는 축소됐다고 들었는데 마켓 분위기는 활기차고 좋다. 참가자 수도 예년과 비슷하다. 뿐만 아니라 올해는 책, 웹툰, 애니메이션 등 새로운 콘텐츠들이 준비됐고 브라질, 콜롬비아, 칠레 등 남미 바이어들도 처음으로 참가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마켓에 참가한 바이어들에 따르면 영화 '부산행' 흥행으로 인한 좀비물, 인기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과 비슷한 사극로맨스, 여러 소재의 호러나 스릴러 장르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5일 폐막식까지 영화의 전당, CGV센텀시티, 메가박스해운대, 롯데시네마센텀시티, 동서대학교 소향씨어터 등 34개 스크린에서 69개국 301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부산=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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