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통령 재단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는 건 퇴임 대통령이 과거보다 장수하는 경향과 연관이 깊다. 수명연장으로 퇴임 이후에도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고 싶은 욕망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이나 도서관의 규모와 역할이 크게 늘어난 전직 대통령은 역대 최장 퇴임기간을 기록하거나, 현재의 건강상태로 미뤄 향후 최소 10년 이상을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
미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1974년 물러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 이후 전직 대통령의 퇴임 후 생존기간은 이전 평균을 훨씬 초과한다. 암살로 재임 중 급서한 대통령을 제외할 경우 초대 조지 워싱턴 이후 43대 조지 W. 부시까지 퇴임 후 전직 대통령의 평균 생존기간은 12.9년에 불과하다.
반면 닉슨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19년 이상을 살았고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도 퇴임 후 15년 이상 생존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이미 퇴임 후 35년을 보내고 있으며, 조지 H. 부시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생존한 전직 대통령 지위를 상당기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미국의 ‘대통령 재단’논란은 인구고령화가 다른 방식으로 투영된 문제인 셈이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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