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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통령 재단 잡음에 기부자 명단 공개 움직임도

입력
2016.10.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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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끊이지 않는 대통령 재단

애초엔 대통령 도서관 운영이 목적

부시 재단 자산만 4억달러 넘어

주고받기 ‘퀴드 프로 쿼’ 구설수

오바마도 기부자 초청 의혹에…

일부 하원의원ㆍ시민단체 주도

기부 명단 공개 법안 추진에도

전직 대통령들 영향력에 좌절

미국 퇴임 대통령을 기념하는 도서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지 H. 부시, 빌 클린턴,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도서관 건물.
미국 퇴임 대통령을 기념하는 도서관.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지 H. 부시, 빌 클린턴, 로널드 레이건, 조지 W. 부시 도서관 건물.

한국에서 대통령과 관련된 재단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처럼 미국에서도 전ㆍ현직 대통령을 위해 만들어진 ‘대통령 재단’의 역할과 운영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이름을 딴 재단은 당초 해당 대통령 재임 중 생산된 방대한 기록물을 보관ㆍ관리하는 ‘대통령 도서관’운영을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그 역할이 급속히 팽창하고, 국내ㆍ외 이해관계자 집단으로부터 막대한 기부금을 거둬 들이면서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퇴임 대통령을 우대하는 제도적 장치가 전혀 없었다. 임기를 다한 대통령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뿐 현실 정치에 관여하지 않는 게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이후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치른 해리 트루먼 대통령까지의 전통이었다.

실제로 1953년 1월 후임인 아이젠하워에게 자리를 물려준 트루먼 대통령은 고향 미주리로 가는 열차를 타기 위해 워싱턴 기차역까지 걸어가야 했다. 평 시민으로 돌아간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법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변한 개인 재산이 없던 트루먼은 고향에 돌아가서도 빈한한 생활을 해야 했고,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 의회는 1955년과 1958년 각각 ‘대통령 도서관법’과 ‘전직 대통령법’을 제정했다. ‘도서관법’은 퇴임 대통령의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법이고, ‘전직 대통령법’은 퇴임 대통령 품위 유지에 필요한 연금과 사무실ㆍ전담 비서진을 제공하는 내용이었다.

미국 주요 ‘대통령 재단’의 2014년 수입액.
미국 주요 ‘대통령 재단’의 2014년 수입액.

‘레이건 재단’, ‘조지 부시 재단’, ‘빌, 힐러리 그리고 첼시 클린턴 재단’, ‘조지 W. 부시 재단’등 퇴임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재단도 당초에는 대통령 도서관을 건립ㆍ운영을 위한 것이었다. 연방정부가 대통령 도서관의 운영경비를 지원하지만, 도서관 건립은 민간에서 기금을 모아 보태야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도서관법’ 시행 초기 설립된 ‘린든 존슨 도서관’이나 ‘지미 카터 도서관’등은 당초 입법 취지에 맞게 운영된 대표 사례다.

미국 주요 대통령 재단의 2014년 현재 총자산 규모.
미국 주요 대통령 재단의 2014년 현재 총자산 규모.

그러나 ‘대통령 도서관’과 ‘대통령 재단’의 성격은 1990년대 이후 크게 바뀐다. 특히 조지 W. 부시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위한 도서관과 재단은 규모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역할도 크게 확대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단은 한해 기부금과 자체 사업 수입이 6,683만달러(700억원ㆍ2014년)에 달하고, 자산규모도 4억달러를 훨씬 넘는다. 클린턴 재단 역시 연간 1억7,000만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둬들이고 자산 규모도 3억5,400만달러를 초과한다.

퇴임 대통령이 사회적 역할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재단 규모와 역할을 넓히는 과정에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로 불리는, 거액 기부금과 정치ㆍ경제적 혜택을 바꾸는 ‘주고 받기식’기부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퇴임 직전 45만달러 기부를 약속한 유명 여류 작사가 데니스 리처드의 전 남편(마크 리치)을 사면해준 뒤 ‘퀴드 프로 쿼’라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해 말 현재 399만달러의 자산을 모금한 오바마 재단을 둘러싸고도, 오바마 대통령이 거액 기부자들을 사적으로 백악관으로 초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자, 곳곳에서 ‘대통령 재단’의 비대화를 견제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기부금을 내고 정치적 이득을 얻어내려 한 거액 기부자 명단을 공개하려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존 던컨(공화ㆍ테네시) 하원 의원은 비영리단체로 분류돼 기부자 명단을 공개할 의무가 없는 ‘대통령 재단’에 대해 연간 200달러 이상 기부자 명단을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특별 법안을 18년째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나 던컨 의원과 일부 시민단체의 활동은 ‘대통령 재단’의 뒷배인 전직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에 밀려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던컨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올해 초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했지만, 상원의 반대로 무산된 상태다. 미국 의회조사국도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전국에 산재한 13개 퇴임 대통령 도서관의 관리를 단일화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미 의회는 들은 척도 않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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