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그림을 보면서 우리 모두를 위한 길에 대하여 이야기해 봅시다.’
초등학교 5학년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이 문장에서 우리말로 바로잡아야 할 부분은 어디일까? 우리가 흔히 쓰는 ‘~에 대하여’는 일본어의 번역 투다. ‘모두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봅시다’라고 수정하는 게 좋다.
교육부는 초중고교 교과서에 여전히 많이 쓰이는 일본어 투 한자어, 외래어 등을 다듬기 위한 ‘순화어 목록’을 개발 중이라고 7일 밝혔다. 순화어 목록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를 집필할 때 활용하게 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내년 초등학교 1, 2학년, 2018년 초등 3, 4학년과 중1, 고1, 2019년 초등 5, 6학년과 중2, 고2, 2020년 중3, 고3에 적용된다.
교육부의 의뢰로 이관규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팀이 연구한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교과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일본어 투 표현은 ‘~에 대하여’다. ‘인터넷 예절이 중요한 이유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봅시다’(초등 4학년 도덕 36쪽) ‘나를 소중히 여기려면 나에 대하여 어떤 마음을 가지고’(초등 3학년 도덕 12쪽) 등이다. 연구진들은 이를 ‘인터넷 예절이 중요한 이유를’ ‘나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로 다듬자고 제안했다.
‘~으로 인하여’ ‘~의 경우’ ‘~고 있다’ ‘~로 인한’ ‘~적(的)’ 등의 일본어 투도 많이 나온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과학 교과서 31쪽에는 ‘또 물 부족으로 생기는 어려움과 안개나 우박,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인공 강우에 대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등 4문장 안에 이 같은 일본어 투가 여섯 곳이나 있다. 연구진은 ‘~으로 인하여’는 삭제하거나 조사로 수정해도 큰 문제가 없으며, 일본식 접미사 ‘~적’의 남용도 막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 외출은 나들이, 노트는 공책, 발코니는 난간 등으로 다듬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11월에 정책연구가 완료되면 토론회 등을 거쳐 순화어 목록을 확정하고 이를 교과서 집필 때 활용할 수 있는 ‘편수자료’에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