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약 안전성 확인 임상ㆍ생동성 시험
3년여 동안 2만 2000명 참여
90%이상이 ‘생활비 부업’ 20대 남성
이상 반응으로 입원 사망 부작용 불구
인과관계 입증 못하면 보상도 못 받아
김모(32)씨는 대학원에 다니던 몇 해 전 인터넷 공고를 보고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진행된 생물학적동등성(생동성)시험에 참여했다. 신체검사를 받은 뒤 병원에 1박2일 동안 입원해 고혈압 치료제 복용 후 수시로 채혈 검사를 받는 일정이었다.
시험에 함께 참여한 50명은 대부분 김씨 또래이거나 더 어려 보이는 청년들이었다. 이틀 간 8차례 피를 뽑은 뒤 병원을 나서면서 김씨가 손에 쥔 돈은 45만원. 지방에서 상경해 고학하던 그의 처지에선 쏠쏠한 부업이었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다행히 몸엔 별다른 이상이 없었지만, 숱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순전히 돈에 팔려간다는 기분이 든 건 이때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판매 허가에 앞서 약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임상시험 및 생동성시험에 참여한 건강한 성인이 지난 3년 반 동안 2만2,0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생동성시험 참여자의 90% 이상이 20대 남성으로 조사되는 등 청년층이 돈벌이를 위해 부작용 우려가 있는 투약 시험에 몸을 내맡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건강한 성인(15~65세) 1만6,852명이 생동성시험, 4,996명이 임상시험에 각각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임상시험은 신약, 생동성시험은 복제약에 대해 시판 전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는 절차로, 제약사 및 의료기관이 식약처 승인을 받고 환자 및 비환자를 모집해 진행한다.
생동성·임상시험은 젊은 남성들이 주로 참여한다는 게 현장의 얘기다. 참여 기간 등에 따라 30만~100만원 수준으로 주어지는 사례비를 받기 위해 대학생이나 무직 청년들이 많이 지원한다는 것이다. 권 의원은 "식약처에 생동성시험 참여자의 연령대별 통계를 요청했더니 90% 이상이 20대 남성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생동성시험 알바' ‘임상시험 알바'와 같은 검색어가 자주 사용되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참여자는 의료기관의 시험 참여자 모집공고를 모아놓은 사이트에 회원 등록을 한 뒤 휴대폰 문자를 통해 수시로 모집 공고를 전달받기도 한다.
청년들이 생활비 마련 등을 위해 손쉽게 생동성·임상시험 참여를 선택하면서 이들의 건강도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권 의원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1상 임상시험에서 지난 3년 동안 약물로 인한 중증 이상반응으로 입원한 경우가 161건 발생했고, 이 중 7명은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약물과 이상반응의 인과관계가 입증될 경우엔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땐 보상 받기 어려울 수 있다. 권 의원은 "생동성·임상시험 참여자 보호를 위해 의약품 투약과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이상반응에 대해서도 당국이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