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작은 달콤한 인생”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에 배우 이병헌(46)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 말이 나에게는 선물처럼 다가온다”며 “가능하면 오래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지난해 915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내부자들’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그에게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은 더 특별한 의미인 듯했다. 최근엔 김지운 감독과 4번째로 호흡을 맞춘 ‘밀정’으로 740만 관객을 돌파하며 또 한번 존재감을 새겼다.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두레라움 광장에서 열린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에 참석한 이병헌은 500여명의 관객들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며 25년간의 배우 인생을 돌아봤다. 처음으로 흥행의 기쁨을 알게 해준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남몰래 극장에서 30번 넘게 관람했던 경험을 떠올린 그는 “수십 번을 보고 나서야 내 연기가 아니라 영화 자체가 눈에 들어오더라”고 했다. 그리고 “매순간 혼신을 다해 연기를 하지만 지금도 완성된 영화를 볼 때마다 내 연기가 미흡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겸손해했다.
그런 이병헌이 꼽는 자신의 인생작은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2005)이다. 이 영화가 해외에 소개돼 호평 받으면서 미국 할리우드에서 러브콜이 왔다. ‘지. 아이 조: 전쟁의 서막’(2009)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해 ‘레드: 더 레전드’(2013)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2015) ‘매그니피센트7’(2016) 등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졌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시상자로 초대되기도 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이병헌에게 도전의 원동력은 “아버지”다. 영화광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접했고 영화배우의 꿈을 갖게 됐다고 했다. 그는 “1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항상 떠올리면서 내가 그동안 경험한 모든 일들을 들려드린다면 얼마나 자랑스러워하실까 생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아들 이병헌이 아닌 아버지 이병헌으로서 아들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은 작품은 무엇일까. 그는 장난스럽게 ‘악마를 보았다’(2010)라고 답하며 “아직은 아이가 어리지만 영화를 볼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아버지가 내게 그랬던 것처럼 틈만 나면 아이를 극장에 데려가지 않을까”라고 했다.
배우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의 덕목은 자유로움이다. “생각이 많아지면 스스로 행동을 제약하게 된다”며 “10세 아이처럼 엉뚱한 상상을 많이 하라”고 격려했다. 그리고 “나 또한 자유로운 공상을 많이 하면서 훌륭한 배우가 되기를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부산=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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