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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엄마의 전화

입력
2016.10.07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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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막 택배 보냈다. 내일 도착하믄 바로 냉장고에 다 넣어야 돼. 갈비찜은 아이고야, 맛이 없어. 잘할라꼬 하믄 더 맛이 없어. 꽈리고추를 된장에 무쳤는데 어떤 건 맵고 어떤 건 안 맵고 그래. 다른 건 하나도 안 넣었어. 반찬을 할라꼬 하믄 할 게 없어. 그래서 이번엔 하나도 안 했어. 젓갈만 좀 넣고. 다른 건 안 했다니까. 그리고 송이 넣었다. 그기 자연산이야. 비싼 거니까 절대 볶아먹지 말고 후라이팬에다 살짝 꾸워. 빡빡 씻으면 안 된다. 절대 빡빡 씻지 마. 그래가꼬 참기름에 찍어먹으믄 돼. 우리는 우리가 다 알아서 먹고 산다. 니나 먹어. 몸보신 한다 생각하고 다 먹어. 그래봐야 1킬로야. 가시나야, 그기 돈이 얼마짜린지 알기나 하나. 꼭꼭 씹어서 다 먹어. 나이 들어가꼬 빌빌대믄 누가 좋아하나. 배즙 쫌 넣었어. 우리 친구가 그런 거, 즙 만들고 하는 가게를 하잖나. 저번에 양파즙 준 거도 안 먹었지? 내 그럴 줄 알았다. 제발 먹으랄 때 좀 먹어라. 다른 건 안 넣었어. 귤 좀 넣고, 메루치 좀 볶고. 으응, 그거밖에 안 했어. 나도 늙으니까 인제 다 귀찮아. 해봐야 맛도 없고. 곰국은 넣었지. 대파 썰어서 넣었으니까 뎁히가꼬 파 한 주먹 넣어. 그냥 한 그릇씩 후루룩 마셔. 아침을 왜 안 먹나, 아침을. 그래가꼬 사람이 사나. 다른 건 진짜 안 넣었어. 그기 다야. 아, 맞다. 내가 비닐에다 뭘 좀 넣어놨어. 보믄 알아. 빨간 천에다 꽁꽁 말아놨으니까 조심조심 꺼내가꼬 지갑 속에 넣어놔. 뭐긴 뭐야. 니가 올해 삼재가 꼈대. 잔소리 말고 고마 지갑에다 잘 넣어놔. 다 잘 되라고 하는 기야. 시끄러, 고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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