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기업 분할과 특별 배당 요구를 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하며 삼성을 궁지로 몰아넣은 초대형 투기자본이다.
1977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재 운용하고 있는 자금의 규모는 260억달러(약 29조원)나 된다. 삼성전자 이사회에 직접 서한을 보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은 엘리엇의 자회사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창업자는 펀드 매니저인 폴 엘리엇 싱어(72)다. 2012년 미 경제지 포춘은 싱어를 “헤지펀드 업계에서 가장 똑똑하면서도 가장 거친 인물”로 묘사했다. 포춘의 표현처럼 엘리엇은 공격적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추구한다. 주로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한 뒤 자산 매각,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해 단기간 수익을 내는 전략을 쓴다. 과거 아르헨티나 정부에 빌려 준 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해군 함정과 대통령 전용기를 압류해 아르헨티나 정부에 큰 치욕을 안긴 것으로 유명세를 떨쳤다.
국내에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 당시 삼성물산 측을 상대로 ‘주총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하며 알려졌다. 당시 법원이 엘리엇이 낸 가처분 신청 등을 기각하고 항소심에서도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주면서 삼성은 엘리엇과의 갈등을 힘겹게 마무리지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엘리엇의 제안이 일본 소니를 공격했던 헤지펀드 서드포인트의 그린메일 전략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내 놓고 있다. 2013년 소니 지분 6.5%를 보유한 서드포인트는 주주 가치 증대란 명분을 앞세워 가전과 엔터테인먼트 부문 분사를 요구했다. 소니 이사회는 이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사회가 열리기 전 주가가 오른 사이 서드포인트는 주식을 매각, 30% 이상의 수익을 냈다. 엘리엇도 수익을 거두기 전까진 목소리를 계속 키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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