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에 김민수씨의 ‘빈 자리는 내 꺼야’
여행의 설렘과 즐거움, 그리고 아름다운 추억과 감동의 순간을 담은 제23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수상작이 선정됐다. 대한항공이 주최하고 한국일보가 후원한 이번 공모전 대상에는 이탈리아 소렌토 마라메오 해변에 떠 있는 6개의 선베드 중 마지막 남은 하나를 향해 헤엄치는 모습을 부감 촬영한 김민수씨의 ‘빈 자리는 내꺼야’가 선정됐고 금상은 해질녘 내몽골 바샹 초원을 질주하는 말들의 역동적인 장면을 담은 허대성씨의 ‘황혼의 질주’가 차지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댐에서 물장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대칭적으로 표현한 윤영석씨의 ‘천국의 아이들’과 석양이 지는 제주 비양도의 캠핑장을 원색으로 표현한 조성연씨의 ‘비양도의 캠핑’이 각각 은상을 수상했고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담은 특별상 10점 과 입선 50점도 선정됐다.
이번 공모전은 세계 각국에서 역대 최다인 3만3,000여 점이 접수돼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박종우 작가는 심사평을 통해 “응모작 수가 해마다 늘어나고 색감과 타이밍이 뛰어나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며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기존에 알려진 장소와 기법보다는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자연스런 요소가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디지털과 필름사진 구분 없이 본선에 오른 작품 300여 점에 대한 엄정한 심사를 거쳐 대상과 함께 금상 1점, 은상 2점, 동상 6점, 입선 50점과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사계를 기록한 특별상 10점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대상수상자에게는 상패 및 대한항공이 취항하는 모든 노선의 왕복 프레스티지클래스 항공권 2매와 국내선 왕복항공권 2매가 주어지고 금상에는 전 노선 왕복 프레스티지클래스 항공권 2매가 주어진다. 은상은 이코노미클래스, 동상은 일본 중국 동남아 노선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다. 특별상에도 각각 항공권이 수여된다.
시상식은 19일 오전 11시 서울 서소문로 대한항공빌딩 일우스페이스에서 열린다.
손용석기자 stones@hankookilbo.com
*심사위원장: 신수진 일우재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 연구교수
*심사위원: 이재구 사진학회장, 경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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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사진가, 2011 동강국제사진제 ‘포트폴리오 부문’ 선정
손용석 한국일보 멀티미디어부장, 제39대 한국사진기자협회 회장
이탈리아 소렌토의 마라메오 해변에 떠 있는 6개의 선베드 중 마지막 남은 하나를 향해 헤엄쳐가는 사람의 모습을 재미있게 포착해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으로, 마치 드론으로 촬영한 듯 흔치 않은 촬영 각도가 사진에 묘미를 더한다. 나폴리 만의 푸른 물빛 바탕에 한껏 햇빛을 받은 선베드와 그 위에 누운 사람들의 자연스런 자세는 사진을 보는 누구나에게 당장 소렌토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이 사진은 특히 프레이밍의 기술이 돋보인 작품이다. 사진이 촬영된 마라메오 해변은 사실 식당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어 촬영에 좋은 조건은 아니나 촬영자는 적절한 프레이밍을 통해 건물을 배제하고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만을 화면에 담았다.
내몽골 바샹 초원은 근래 중국의 사진가들에게 인기가 높아진 촬영지로 이 지역의 목장들은 중국군에 공급하는 말들을 방목한다. 해질녘 바샹 초원의 냇물을 건너는 말떼를 촬영한 이 사진은 거의 모든 점에서 뛰어난 사진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이내믹한 구도, 낮은 구름이 짙게 드리워진 하늘의 질감, 지평선으로 해가 떨어지기 직전의 마지막 잔광이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는 말의 윗부분만 비추는 절묘한 촬영 타이밍, 빛을 받지 못해 어둡게 표현된 앞부분의 땅 등.
루벤스 등으로 대표되는 플랑드르 바로크 양식의 회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아름다운 사진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투카드운다 강 댐에서 물장난하는 아이들을 재미있게 촬영한 작품이다. 콘크리트 댐의 검은 뒷벽과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물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고 거기에서 물을 뿌리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장소는 여행가들이 아이들의 물장난을 찍기 위해 많이 찾는 곳으로, 아이들은 사진가의 의도에 따라 포즈를 취해주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물을 뿌리는 두 아이가 대칭으로 너무 완벽한 자세를 잡아 도리어 사진이 어색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점이 아쉽다.
제주에는 비양도라는 이름의 섬이 두 개다. 잘 알려진 비양도는 협재해수욕장 인근에 있지만 이 사진이 촬영된 비양도는 제주도 동쪽 끝 우도에 붙어있는 작은 섬이다. 바다 건너 우도와 더 멀리 제주도의 오름이 보이는 것을 보면 이 사진은 해가 지기 직전 서쪽을 향해 촬영한 것이다.
바다를 건너온 햇빛이 비스듬히 역광으로 비추면서 캠핑장의 질감이 아름답게 표현되고 긴 그림자를 늘이며 역광을 받은 텐트의 알록달록한 원색이 더욱 강렬하게 묘사되었다. 같은 장면이라도 촬영시간에 따른 빛의 각도가 사진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블라디보스톡의 랜드마크인 시내 중앙 광장은 평소 사회주의적 색채가 짙은 삭막한 분위기이다. 하지만 비가 내린 직후 혁명전사의 동상과 광장 주변의 건물이 수면에 반영되면서 전혀 다른 분위기의 도시 모습이 촬영되었다. 특히 이 사진을 재미있게 만든 것은 마침 중앙광장 하늘을 날고 있는 비둘기 떼이다. 사진에 비둘기가 가미됨으로써 더욱 시각적인 흥미로움을 더해주었다.
작품 제목에 ‘나의 작은 바람’이라고 명기한 것에서 암시하듯 작가 역시 이 작품을 촬영하면서 하늘을 나는 비둘기 떼에 주목하고 적절한 순간을 기다려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인도 중부 함피 근처의 도로를 따라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인도 여인들이 걸어가고 있다. 낫과 괭이를 든 맨발의 할머니는 무심히 앞만 보고 걸어가는데 머리에 바나나 송이를 인 젊은 여인이 사진을 찍는 것을 알아차리고 살짝 뒤를 돌아본다.
할머니의 노란색 사리와 발걸음에 따라 휘날리는 젊은 여인의 푸른 치마가 색깔의 대비를 이룬다. 멀리서 망원렌즈로 촬영하여 배경이 흐려져 피사체에 더욱 눈길이 머무는 사진이 되었다.
충남 태안 바닷가에서 촬영한 이 사진은 여인과 애완견이 서로 손을 맞추는, 인간과 동물의 교감 순간을 잡아내었다. 모래밭에 비스듬하게 꽂힌 사각의 프레임 안에 피사체를 배치하여 마치 액자 속에 들어있는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액자의 위치나 해의 각도, 여자와 애완견의 자세 등이 너무나 완벽해서 촬영자가 마음을 먹고 연출한 사진으로 보인다. 그로 인해 자연스러움이 반감되고 사진에 대한 감동이 떨어지는 점은 아쉽다.
미얀마 남부 카인 주 파안 지방의 사단 동굴사원을 촬영한 작품이다. 많은 불상이 안치되어 있어 불교신도들이 자주 찾는 이 동굴에서 누군가가 막 기도를 끝낸 듯 연기가 피어 올랐고 모락모락 오르는 연기가 동굴 밖에서 들어오는 역광의 햇빛을 받아 압도적인 동굴의 스케일에 신비감을 더하고 있다.
동굴 내부가 어두운 암흑으로 보이는데 비해 빛을 받는 부분만 무대 조명을 받은 듯 밝게 빛나고 그 자리에 손을 잡고 올라가는 두 명의 여인을 절묘하게 배치하여 사진에 재미를 더하고 있다.
뉴질랜드 북섬 나피어 해변에 지어진 독특한 디자인의 바다 전망대를 모티브로 삼은 미니멀한 사진이다. 사진이 촬영된 시간은 어둠이 밀려오기 직전이다.
많은 사진애호가들이 일몰 시각에만 주목하고 해가 지고 나면 촬영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해가 사라지고 난 이후에 더 좋은 사진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쪽 하늘의 아름다운 황혼과 함께 낮은 각도로 들어온 역광이 현대식 구조물의 격자형 지붕을 신비롭게 만들고 있다. 전망대 끝부분에 사람을 작은 크기로 배치하여 집중도를 높인 센스가 돋보인다.
넓은 벌판에 수많은 사원이 모여 있어 세계 최대의 불교 유적지를 이루고 있는 미얀마 바간.
지난 8월 24일 진도 6.8의 지진으로 인해 여러 군데의 사원이 무너져내려 뉴스가 된 곳이기도 하다. 바간에서 두번째로 높은 틸로민로 파고다를 배경으로 새벽 하늘을 날고 있는 열기구와 줄지어 가고 있는 우마차를 한 화면에 짜임새 있게 배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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