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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시대 책읽기, 교과 연계 독서ㆍ토론에 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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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시대 책읽기, 교과 연계 독서ㆍ토론에 길 있다

입력
2016.10.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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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맞춤용 제도 전락 안 되려면

독서-교과 내용 이어지게 설계해야

소모임 통한 토론 독서도 효과적

전문가들, 독서 내역 학생부 기재 놓고

“개인 사상 노출” “순기능 많아” 팽팽

책이 돌아왔다. 대학 입시 변화라는 바람을 타고서다. 서울대 등 국내 유수 대학들이 비중을 늘리고 있는 학교생활기록부종합전형(학종)에서 특히 강조되는 활동이 바로 독서다. 그러나 완전한 귀환은 아니다. 교실의 독서 토양은 여전히 척박하다는 것이 현직 교사들의 중론이다. 그렇다 보니 사교육 시장만 들썩인다. 독서 포트폴리오 등을 컨설팅해주는 곳들이 속출 중이다. 기껏 제도화로 부추겨놨더니 입시 맞춤형 독서로 요식화하고 있는 꼴이다.

청소년들이 아예 책을 쳐다보지도 않는 게 문제였다면 단초는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독서가 스펙만을 원하는 학생의 시늉에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현직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함께 하는 독서가 효과적

“평소 예쁘게 꾸미고 다니기를 좋아하다 화장품 회사에 입사한 지윤이는 전통적인 화장법을 응용, 신상품과 새 화장 기법을 개발해 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과거 화장법이 어떠했는지를 조사하고 그 원리와 재료를 활용해 출시할 만한 화장품과 화장법을 제안해 보자.”

서울 송곡여고 국사 시간에 교사가 독서를 유도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낸 문제 중 하나다. 몇 년 전부터 이 학교는 도서관 협력 수업 모델을 채택해 교과 시간에 학생들이 책을 읽도록 하고 있다. 이덕주 송곡여고 사서교사는 “노는 게 전공이고 화장을 잘해 그 길로 성공할 거라면서 이미 얼굴에 화장 독이 올라 있는 아이들에게 저 문제를 내줬더니 아이들이 진로와 연관된 흥미로운 문제에 혹해 책뿐 아니라 논문까지 읽느라 열심이었다”고 소개했다.

전문가들은 자발적인 독서의 힘을 강조한다. 교사가 5분이면 쉽게 전달할 지식을 책에서 직접 찾게 하면 50분이 지나도 엉뚱한 곳에서 헤매기 십상이지만 그렇게 스스로 얻은 지식은 졸업 후에도 남아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 역량도 길러진다는 것이다. 더불어 학생이 평생 자발적 독서가가 되게끔 만드는 게 학교 독서 교육의 목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게 ‘교과 독서’다. 말 그대로 독서 활동이 개별 교과의 학습 내용과 이어지도록 수업을 설계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교과와 관련 있는 다양한 텍스트를 읽은 뒤 학생이 그 내용을 더 깊고 넓게 이해하게 하는 식으로 교과 독서는 이뤄진다. 이미 교과 독서는 세계적 추세가 된 지 오래다. 이순영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가 한 포럼에서 “다양한 주제와 양식의 텍스트를 읽고, 핵심 정보를 선별ㆍ가공ㆍ수용한 뒤 새 지식으로 재생산하는 교과 독서 능력이 세계 각국에서 강조되고 있다”고 말한 게 2012년이다.

그런데도 국내 학교 현실은 여전히 낙후하다. 수업의 중심은 교과서이고 독서는 학생 개인의 몫이다. 독서운동가 백화현(전 중학교 국어교사)씨는 “교과서 위주로 수업이 이뤄지면 하나의 정답이 강요되고 또 그것을 맞히라고 시험 문제를 내니 아이들은 자기들 생각을 말할 기회가 없다”며 “교과서 힘을 약화시키거나 평가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현숙 홍천여고 독서지도교사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스펙 구비 용도의 개인적 독서는 고립되고 파편화한 독서”라며 “독서가 온전하게 되려면 교육 과정 내에서 독서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서 토론이나 독서 동아리도 대안이다. 여럿이 함께 하는 독서가 더 재미있고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서현숙 교사는 “요즘 어른들이 돈을 내고 독서클럽에 가입할 정도로 책 읽기를 즐기는 상황에서 학교가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지 못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라며 “책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 소통하는 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제대로 된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백화현씨도 “독서의 목적은 단순 지식 습득이 아니라 사고 발달과 자기 생각 보유인데 개인적 독서는 그런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책과 친근해지는 게 먼저다. 주상태 서울 중대부중 국어교사는 “처음에는 책을 구경하고 예컨대 만화책이나 요리책처럼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읽게 한 뒤 차츰 시ㆍ역사ㆍ철학 등 상대적으로 어려운 분야의 책을 읽도록 교사들이 이끄는 게 바람직하다”며 “아이들은 다양한 식으로 책 읽을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은 교육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송승훈 경기 남양주시 광동고 국어교사는 “교과서 중심의 강의형 수업에 익숙한 교사가 읽고 토론하는 수업을 할 수 있게 하려면 먼저 교사 연수부터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백화현씨는 “독서는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인식이 교육 당국에 긴요하다”고 말했다.

“독서 내역은 개인 사상 정보”

독서 활동 평가 방식도 논란거리다. 독서 내역은 개인 사상이 드러날 수 있는 민감한 개인 정보인 만큼 학생부에 기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과 학생부에 넣어야 그나마 책 읽기가 가능하지 않냐는 태도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맞서고 있다. 신동하 경기 청솔중 교사(경기교육연구소 연구실장)는 “독서는 자발성이 핵심인데 학생부에 넣으면 부담스러운 스펙의 대상이 될 뿐 아니라 형식화돼 책 읽기의 수준도 떨어뜨린다”며 “개인의 사상과 신조를 짐작할 수 있도록 하는 독서 내역이 학교ㆍ국가에 의해 파악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짚었다.

반면 제도화 취지가 독서 활성화였던 만큼 내실을 기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도 있다. 송승훈 교사는 “형식화는 제도화의 필연적 귀결”이라며 “독서가 학생부에 들어오면서 적어도 입시 공부 해야 할 시간에 책 읽는다는 시선은 줄지 않았냐”고 말했다.

다만 독서 내역을 장황하게 학생부에 기재하는 것은 교사들의 업무를 불필요하게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는 공통적이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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