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파견근무를 했던 한 남성이 미국의 사이버무기 관련 1급 기밀자료를 훔친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 사법당국과 언론들은 용의자가 2013년 NSA의 무차별 통신정보수집 사실을 폭로하고 러시아로 망명한 에드워드 스노든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의도를 갖고 기밀을 절취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연방정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던 해롤드 마틴(51)이 8월 말 FBI에 의해 비밀리에 체포됐다. 마틴의 혐의는 1급 기밀 취급 인가를 이용해 NSA가 보유한 미국의 사이버무기 관련 컴퓨터 소스코드를 훔쳐 디지털 저장장치에 담아 자택과 차량에 보관해왔다는 것이다. 절취된 소스코드는 북한, 이란, 중국 등을 상대로 미국이 해킹 공격을 하기 위한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킬 수 있는 기밀 정보로 미국의 사이버전쟁 자산을 마음대로 작동할 수 있는 명령어 모음이다. 적국으로 유출될 경우 사실상 미국의 사이버전쟁 대응능력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NYT에 따르면 용의자 마틴은 지난 8월 27일 완전무장한 FBI 요원 수십명이 메릴랜드 주 글렌버니에 위치한 자택으로 출동한 후 불과 수분만에 결박된 채 밖으로 끌려나와 체포됐다. FBI는 마틴의 집에서 문서 수천장과 컴퓨터 하드 등 전자장비 수십 점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마틴이 절취한 정보를 체포 직전에 다른 곳으로 유출한 정황을 뒤쫓고 있다. 미 법무부는 “압류한 문건들은 광범위한 국가안보 사안과 직결된 정부의 기능을 통해 제작된 것”이라고 밝혔다.
NYT 등은 마틴이 과거 스노든이 정보유출 당시 소속되어 있던 컨설팅업체 ‘부즈앨런 해밀턴’과 계약을 맺고 일해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마틴을 ‘제2의 스노든’으로 지목해 보도하고 있다. NYT는 “마틴의 행위는 전형적인 스파이 행위와는 동떨어졌다”며 “다만 수사당국은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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