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1번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 당일까지도 정상화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개막 하루 전인 5일 제18호 태풍 차바가 부산 지역을 강타하면서 해운대 해수욕장에 마련된 비프(BIFF) 빌리지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막대하지만, 영화제 측과 부산 시민들이 합심해 복구 작업을 서두르며 손님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6일 오후 찾아간 해운대 해변은 찌그러진 컨테이너와 철재 구조물, 패널, 목재, 스티로폼 등이 뒤엉켜 처참한 모습이었다. 중장비와 대형 트럭들이 오가며 잔해를 실어 날랐고, 해운대 지역 봉사단체 회원들과 경찰, 소방대원들이 해변에 나뒹구는 쓰레기들을 일일이 수거하고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육군 53사단 장병 120명과 향토예비군 병사 40여명은 거센 파도에 산책로까지 휩쓸려온 모래더미를 삽과 빗자루로 쓸어냈다. 관광객은 많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였지만, 해운대는 조금씩 평소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복구작업에 참여한 한 부산시민은 “해변에 설치된 조형물이 찌그러지고 대리석이 떨어져나가는 등 군데군데 상처가 남아 있지만 곧 정상화가 될 것”이라며 “영화제를 방문하는 관객들이 해운대도 많이 들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마다 해운대 비프 빌리지에서 배우와 감독의 야외무대인사, 관객과의 대화, 핸드프린팅 행사 등이 열렸지만, 올해는 영화제 기간 중 야외무대 재설치가 불가능해 비프 빌리지에서 예정됐던 모든 행사가 영화의 전당 야외광장인 두레라움에서 진행된다.
개막식을 앞둔 영화의 전당도 국내외 취재진과 영화계 관계자들, 해외 초청 인사 등이 속속 모여들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년보다는 크게 위축된 분위기를 떨쳐내진 못했다. 2014년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상영 문제로 촉발된 부산영화제와 부산시의 갈등이 외압 논란과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고발 등 일련의 사태로 이어지며 골이 깊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부산시장 당연직이던 조직위원장이 민간으로 넘어오고 영화제 독립성 확보를 목적으로 정관 개정이 이뤄졌지만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한국프로듀서조합 등 4개 주요 영화단체가 불참 선언을 철회하지 않아 결국 반쪽짜리로 치러지게 됐다.
인기 배우들이 총출동하던 개막식 레드카펫도 올해는 차분하다. 배우 안성기와 김의성, 개막식 사회자인 설경구와 한효주 등 국내외 영화인 158명이 레드카펫에 선다. 지난해 200여명에 비해 50명 가까이 줄었다.
그간 조직위원장을 맡았던 부산시장의 개막선언이 올해부터 없어지고, 개막선언 이후 폭죽 행사도 생략된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인해 CJ엔터테인먼트와 롯데엔터테인먼트 등 주요 배급사들이 개최하던 파티와 부대행사가 열리지 않아 해운대의 밤 풍경도 썰렁할 전망이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15일까지 열흘간 영화의 전당과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등에서 열린다. 초청작은 69개국 301편으로, 75개국 304편이 초청됐던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세계 첫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가 96편(장편 66편, 단편 30편), 자국 이외 지역에서 첫 공개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가 27편(장편 25편, 단편 2편)이다. 개막작은 한국 장률 감독의 신작 ‘춘몽’, 폐막작은 이라크 후세인 하산 감독의 ‘검은 바람’이다.
부산=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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