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이 판매액 68% 차지
“위험상품에 노후 자금” 우려도

지난해 은행에서 권유 받은 주가연계증권(ELS)에 퇴직금을 투자했던 A(62)씨는 매일 아침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확인한다. A씨가 투자한 ELS는 HSCEI가 상환 시기인 3년 뒤 8,500 밑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10%의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 가입 당시만 해도 1만을 바라봤던 지수가 연초 8,500밑으로 급락하면서 A씨는 계속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은행에서 판매한 ELS의 70% 가량은 50대 이상이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시기와 맞물린 60대 이상 비중은 전 연령대 중 가장 많은 38%나 됐다. ELS는 특정 주식이나 지수 움직임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고위험 투자상품이어서 지나친 고령층 투자집중 현상의 부작용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6일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은행이 판매한 ELS 잔액 27조989억원 중 50대 이상에 대한 판매금액(18조6,571억원)은 68%를 차지했다. 이중 절반 이상인 10조4,708억원은 60대 이상 노년층이 투자했다. 전체 투자고객(52만7,995명) 가운데서도 50대 이상(27만7,911명)은 55%로 절반 이상이었다.
은행에서 ELS에 가입한 고객 10명 중 9명(90.7%)은 전문상담인력이 있는 프라이빗뱅커(PB) 창구가 아닌 일반창구에서 상담을 받고 투자했고 모바일로 가입한 고객도 2.6%나 됐다.
제윤경 의원은 “초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되는 ELS에 고령층 노후자금이 많이 투자되고 있다”며 “투자자의 위험성향에 맞지 않는 부적합한 투자권유 시 처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