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컵스를 이끄는 명장 조 매든 감독/사진=매든 트위터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류현진(29ㆍLA다저스) 강정호(29ㆍ피츠버그) 오승환(34ㆍ세인트루이스) 이대호(34ㆍ시애틀) 등 코리언리거들이 대거 빠져 김이 샌 한국과 달리 바야흐로 미국은 '내셔널 패스트타임(국민의 여흥)' 가을 야구 시즌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올해는 전통의 명문 구단 시카고 컵스 때문에 들썩인다. 2009년 뉴욕 양키스 이후 7년 만에 103승(58패)을 거둔 컵스가 무려 108년만의 월드시리즈(WS) 우승에 바짝 근접했단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정규시즌 컵스가 내뿜은 기세를 보면 컵스냐 아니냐의 싸움으로 봐도 무방하다. 전력상 거칠 것이 없을 것 같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메이저리그 역사는 언제나 이변의 희생양을 강요해왔다. 그들 앞에 놓인 건 염소의 저주만이 아니다. 컵스는 가장 가까이 1번 시드(최고 승률 구단)의 징크스부터 넘어야 한다.
지난 25년간의 포스트시즌(PS)을 통틀어 최고 승률 구단이 우승한 경우는 단 3번(1999년 뉴욕 양키스, 2007년 보스턴 레드삭스, 2009년 양키스)에 불과하다. 컵스가 속한 내셔널리그(NL)의 경우는 1986년 뉴욕 메츠 이후 30년간 없었다.
이런 변수들을 잘 파악하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 고위 관계자는 컵스의 우승 가능성을 그다지 높게 보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포츠전문방송 ESPN의 명칼럼니스트인 제이슨 스탁은 단장을 포함한 영악하기로 소문난 구단 경영진 25명의 설문 결과를 지난 4일(한국시간) 공개했다.
NL 우승 구단으로 컵스가 13표를 얻었고 의외로 다저스가 10표나 획득해 뒤를 쫓았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단 2표에 그쳤다. 아메리칸리그(AL)에서는 보스턴이 16표, 추신수(34ㆍ텍사스)가 활약할 텍사스 레인저스가 7표였다. WS 우승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컵스 7표, 보스턴 6표, 다저스-텍사스 각 4표로 갈렸다. 컵스의 정규 시즌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압도적이지 못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해 한 NL 구단 관계자는 "명백하게 컵스에 투표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저스에 더 호감이 간다"고 했고 다른 관계자는 "컵스엔 거품이 너무 많이 끼여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원칙을 벗어나 나는 그들을 찍지 않을 것"이라는 AL 관계자도 있었다고 스탁은 전했다.
컵스가 당면한 과제는 압박감이다. 한 단장은 "대개 PS의 중압감은 50:50이지만 이번 경우는 매 경기 컵스 쪽으로 부담감이 일방적으로 기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도시 전체가 가진 기대감이 특히 첫 2번의 홈 경기에서 엄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실한 에이스의 부재는 현실적인 고민이다. 지난해 괴물 같은 공을 뿌려대던 제이크 애리에터(30)는 지난 16번의 등판에서 평균자책점(ERA)이 고작 4.44에 머물렀다. 좌완 존 레스터(32)나 ERA왕(2.13)에 오른 카일 헨드릭스(27)도 기록에 비해 단판 승부에서 한 경기를 완벽하게 책임질 만한 특급 구위를 보유하진 못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다소 비관적인 컵스의 대안으로 구단 관계자들은 보스턴의 우승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는 양상이다. 주된 요인은 특출 난 공격력이다. AL 2위보다 83점이나 더 뽑아낸 화끈한 라인업은 무엇보다 상대 에이스에 강한 면모를 발휘해왔다.
일명 '에이스 깨기'다. 통계전문업체인 스태츠사에 따르면 보스턴은 구위의 척도인 9이닝당 탈삼진 수가 9개를 넘는 각 팀 에이스급을 상대로 한 팀 타율(0.267), 출루율(0.324), 장타율(0.449), OPS(출루율+장타율)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파워 피처로 분류되는 투수들에게 기록한 OPS 0.798은 2위보다 무려 0.065나 높다. 그들은 지난 5년간 좌우 투수를 가리지 않고 OPS 0.800(우 0.814 좌 0.795)을 넘긴 유일한 팀이 될 뻔도 했다. 한 라이벌 구단 단장은 "그런 면에서 보스턴 타자들은 특히 더 두드러진다"고 힘을 실었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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