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하지 않은 집회 또는 신고한 범위를 벗어난 집회ㆍ시위에 대해 경찰이 해산명령을 내렸을 때 따르지 않으면 형사처벌 하도록 규정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9일 미신고 시위에 참가한 뒤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 등이 집시법 제24조 제5호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조항은 신고하지 않았거나 신고범위를 벗어난 집회ㆍ시위에 대한 해산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6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해산명령은 미신고 시위라는 이유만으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발생한 경우에만 발휘할 수 있다”며 “위험이 발생한 경우에도 먼저 자진해산을 요청한 뒤 해산명령을 내리도록 하고 이에 불응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점을 고려하면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행정질서에 장해를 줄 위험성이 있는 정도의 의무위반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행정목적과 공익을 침해할 고도의 개연성을 띤 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과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A씨 등은 2014년과 지난해 관할 경찰서장이 해산명령을 내린 뒤에도 미신고 시위나 신고 범위를 벗어난 시위를 계속하다가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중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기각 당하자 직접 헌법소원을 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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