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던 미국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칼끝이 이번엔 삼성전자를 겨눴다.
6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엘리엇의 자회사인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은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삼성전자 분사와 주주에 대한 특별배당 등을 요구했다. 이들 펀드는 삼성전자 지분 0.62%(76만218주)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엘리엇 측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경쟁력이 비슷한 다른 기업에 견줘 30~70% 낮게 평가됐기 때문에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 삼성전자 기업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 사업, 반도체사업, 가전사업을 모두 망라하고 있는 현재 구조가 주식시장의 저평가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엘리엇 측은 또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하고 사업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라고 제안했다. 삼성전자의 구조가 바뀌면 지금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서 벗어나고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주요 종목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주주들을 위한 특별배당을 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정기 배당과 별개로 현재 700억 달러(약 78조원)에 이르는 현금 중에서 총 30조 원, 주당 24만5,000원을 배당하라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독립적인 3명의 이사를 이사회에 추가하라고도 요청했다.
엘리엇은 미국의 억만장자 폴 싱어가 운영하는 펀드로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는 등 삼성의 경영에 공격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엘리엇이 삼성전자의 분사를 주장한 데 대해 “외국인 투자자가 미국식 행동주의 투자를 아시아 기업 세계에 심으려는 야심에 찬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엘리엇 측의 요구와 관련해 “주주 제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인 시기와 방안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엘리엇의 분할 요구 사실이 알려진 6일 삼성전자 주가는 급등, 오전 한때 170만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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