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수/사진=kt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글쎄요, 제가 한 게 없어서."
한 시즌을 돌아보는 kt 주장 박경수(32)의 얼굴에는 진한 아쉬움이 드러났다. 그는 "야구는 결과가 말해주는 부분이 크다.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팬들께 죄송하다"며 연신 몸을 낮췄다.
1군 진입 첫 해였던 지난해 10위에 머물렀던 kt는 올해 목표를 '꼴찌 탈출'로 잡았다. 하지만 5월 이후 추락을 거듭하면서 결국 2년 연속 최하위가 확정됐다. 주장 박경수가 더 고개를 숙이는 이유다. 박경수는 "시즌 초 부상 선수들의 공백이 나오면서 연패가 잦아지면서 분위기가 다운됐다. 그럴 때 내가 잘 잡아줬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미안하다"며 입맛을 다셨다.
각종 사건사고까지 팀을 힘겹게 했다. 올 시즌 유독 사건이 많았던 kt는 그 여파로 팀도 휘청였다. 박경수는 "(사건이 팀에 끼치는 영향이)사실 엄청 크다. 거기에 경기까지 지게 되면 몇 배는 더 힘들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7월 김상현이 임의탈퇴 되자 선수단 대표로 나와 사과를 하기도 했다. 박경수는 "(선수단의 사고에 대해서는) 1년 내내 같이 생활하는 선수들의 책임도 있다"며 다시 한 번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쓰디쓴 성적표를 받아 든 만큼 선수들이 더 뜨거운 겨울을 보내주길 바라고 있다. 박경수는 "선수들이 각자 가슴 속에는 칼을 갈고, 더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개개인이 뭐가 부족한지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희망은 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작년 보다 훨씬 좋아졌다. 자신감 있게 하는 모습이 보이더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팀에는 아쉬운 시즌이었지만, 박경수는 2루수로는 14년 만에 2년 연속 20홈런을 때려냈고, 생애 첫 3할 타율(0.316)을 올리는 등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골든 글러브 유력한 후보로도 떠올랐다. 박경수는 골든 글러브에 대해 "욕심이 나는 건 사실이지만, 시즌 막바지에 (발목) 부상을 당해 경기에 나가지 못했던 게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골든 글러브에 대한 꿈을 지울 순 없다. 그에겐 더 특별한 의미가 될 수 있다.
박경수는 고교 때 대형 내야수로 손꼽히며 2003년 LG 1차 지명으로 입단했지만, 10년이 넘도록 유망주 꼬리표를 떼지 못하다가 작년에야 빛을 봤다. 그는 "만약 내가 골든글러브를 받게 된다면 나처럼 기대를 많이 받고 프로에 들어왔지만 정체돼 있고, 답답한 선수들에게 꿈이 될 수 있지 않겠나. 그렇게 될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kt 소속 선수로는 처음으로 골든글러브 수상 기록도 가지게 된다. 그는 "'최초'라는 단어 자체가 큰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 팀의 젊은 선수들에게도 목표 의식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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