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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해보니…현대미술은 매력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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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해보니…현대미술은 매력적이지 않다?

입력
2016.10.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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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작업이 처음 시도됐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문화 현상 분석은 그 동안 다방면에서 있었지만, 현대미술의 경우 데이터 추출이 어려운 데다 분석 결과가 현대미술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까지 겹쳐 시도된 적이 없었다.

미술전문매체 월간 ‘퍼블릭아트’는 창간 11주년 기념으로 ‘다음소프트’와 협업을 통해 “빅데이터를 현대미술에 대입”해 보고 그 결과물을 10월호에 특집으로 게재했다. 논의는 “현대미술이라는 복잡다단한 생태계를 들여다보고 그것에 반응하는 대중의 시선은 어떤 형태인지 알아볼 필요성”만은 분명하다는 데서 시작됐다. 빅데이터로 예술의 가까운 미래를 읽을 수 있을까? 예술이 빅데이터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 쪽으로 기운 듯 하다.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을 재해석한 이승택의 ‘떫은 밧줄’(2016). 현대미술을 설명하는 16개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된 ‘미디어아트’ 논의에서 고 백남준 작가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백남준의 ‘다다익선’(1988)을 재해석한 이승택의 ‘떫은 밧줄’(2016). 현대미술을 설명하는 16개 키워드 중 하나로 선정된 ‘미디어아트’ 논의에서 고 백남준 작가는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번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우선 현대미술을 설명하는 16개의 대표 키워드를 선별했다. 현대미술, 공공미술,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단색화,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시립미술관, 갤러리, 대안공간, 레지던시, 비엔날레, 작가, 미술평론, 도슨트, 큐레이터 등이다. 그 다음에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 동안 기사, 블로그, 트위터에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키워드를 분석했다.

네덜란드 작가 빅 반 데 폴의 작품 ‘직선은 어떤 느낌일까?’에서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체조를 하고 있다. 5·18 치유프로그램을 그대로 전시공간으로 가져온 작가는 전세계에 5·18의 메시지를 알리고자 했다. 맥락 이해를 필요로 하는 현대미술은 여전히 관람객에게 어렵다고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네덜란드 작가 빅 반 데 폴의 작품 ‘직선은 어떤 느낌일까?’에서 오월어머니집 회원들이 체조를 하고 있다. 5·18 치유프로그램을 그대로 전시공간으로 가져온 작가는 전세계에 5·18의 메시지를 알리고자 했다. 맥락 이해를 필요로 하는 현대미술은 여전히 관람객에게 어렵다고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광주비엔날레 제공

‘현대미술’에 대한 최근 6개월 간 대중의 반응은 41.7%가 부정적이었다. ‘기분 나쁘다’ ‘어렵다’ ‘형식적’ 등이 주를 이뤘다. 9년 전만해도 ‘경이로운’ ‘독창적’ 등의 단어가 우세하게 나타나며 긍정적 반응(40.9%)이 부정적 반응(14.8%)을 압도했다. “그새 예쁨보다 미움을 받게 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콘텐츠의 성격보다 확산 그 자체에 방점”을 두는 트위터의 매체적 특성이 반영된 탓도 있다. 부정적 반응이 많아진 데는 “온라인상 소수의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이 무차별적으로 퍼져”나갔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전시와 작품들이 대중친화적임을 표방하는 현 상황을 고려한다면, 과연 그간의 외침이 그저 공허한 울림에 머물렀던 것은 아닌지 하는 의문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고무적인 결과도 보인다. ‘현대미술’을 탐색어로 넣었을 때 과거에는 ‘뉴욕’ ‘파리’ ‘런던’ 등이 연관검색어로 도출됐던 반면, 현재는 ‘작품’ ‘관객’ 등이 주로 등장했다. ‘미술관’을 넣었을 때도 비슷한 결과를 보인다. 대중의 관심이 미술 그 자체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술관’을 검색했을 때 ‘카페’가 주요 연관검색어로 뜨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미술관에 들렀다 커피 한 잔을 즐기는’ 문화가 보편화됐다는 것은 일상생활에 미술이 그만큼 깊게 스며든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잘 만든 공공미술 작품의 존재감은 세월이 지나도 여전했다. 석촌호수에서 2년 전 선보였던 ‘러버덕(2014)’은 여전히 ‘공공미술’이라는 키워드의 상위 연관검색어로 등장했다. 이후 석촌호수 일대에 전시됐던 ‘슈퍼문(2016)’ ‘1600 판다+(2015)’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얻었다. 대체로 ‘인증샷’용 작품으로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간 공공미술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긍정적인 단어가 43.5%였고 부정어는 12.8%에 그쳤다.

‘큐레이터’와 ‘도슨트’ 는 각각 ‘알찬’ ‘따뜻한’ 이나 ‘친근한’ ‘도움되는’ 등의 긍정적인 연관검색어를 가졌으나, 여전히 그 역할에 대한 이해는 낮은 것으로 보였다. 특정 전시나 미술관과 구체적으로 관련해 생각하는 경향도 낮았다. 과거 대중이 ‘작가’를 ‘소설가’의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웹툰 작가’로 쓰는 비중이 높아졌다. 대중에게 더 친숙한 존재로 각인되기 위한 태도나 자세를 순수미술 작가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이번 분석은 특정 데이터와 한정된 프로그램을 사용한 만큼 결과물에 한계가 있다고 퍼블릭아트는 설명했다. 예술이 궁극으로 지향하는 바가 대중의 취향과 관심에 머물러서도 안 되겠지만 이 같은 빅테이터 분석은 미술과 대중의 접점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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