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반려견 사건 파장 증폭

10년간 키운 주인 엄벌 주장 속
일단 ‘점유이탈물 횡령’혐의 적용
살아 있었다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추가돼 가중처벌 가능성
경찰, 목격자 증언 엇갈려 고심
올드 잉글리쉬 쉽독.

전북 익산에서 길 잃은 애완견을 잡아먹은 주민들에 대한 처벌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도로변에 죽은 개를 가져다 먹었다는 주민들의 해명과는 달리 살아있는 애완견을 잡았다는 개주인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진실게임 양상으로 확산되고, 이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네티즌의 성토도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은 지난 달 28일 전북 익산시 춘포면의 한 도로에서 마을 주민 조모(73)씨 등 4명이 개 한마리를 트럭에 실어 인근 마을회관에서 잡아먹은 것이 발단이 됐다.

이 개는 완주군 삼례읍에 사는 채모(33·여)씨가 키우던 애완견 ‘올드 잉글리시 쉽독’10년생 ‘하트’로, 채씨가 지난 달 26일 실종신고를 낸 상태였다.

채씨는 실종 신고와 함께 마을 일대를 샅샅이 뒤지던 끝에 “50~60대 남성 서너 명이 몽둥이를 들고 개 주위를 서성였다”는 목격자 진술을 토대로 조씨 등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5일 주인 없이 도로에 방치된 개를 가져다가 잡아먹은 조씨 등 4명에 대해 점유이탈물 횡령혐의를 적용, 입건했다. 하트의 생사 여부 이전에 남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갔다는 점을 중시한 것이다.

하지만 채씨는 주민들이 살아있는 하트를 끌고 가 숨지게 했다며 보다 엄중한 범죄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주민들은 “개를 발견했을 당시 이미 죽어 있어 몸이 뻣뻣해진 상태였다”며 채씨의 주장에 정면 반박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익산경찰서 홈페이지에 주민들을 엄벌에 처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어 혐의적용을 두고 경찰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채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씨 등은 점유이탈물 횡령 혐의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가 추가된다. 점유이탈물 횡령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고, 동물보호법 제8조(동물학대 등의 금지)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경찰은 정확한 혐의 적용을 위해 마을주민과 목격자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벌이는 한편 마을회관 폐쇄회로(CC)TV와 사건 현장 주변을 지나던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해 수사에 나서고 있으나 추가 혐의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로변에 죽어 있는 개를 봤다”고 진술한 목격자가 있는가 하면 “개가 사고를 당했는지 도로 한가운데 쓰러져 있었으나 한 시간이 지나 다시 보니 도로변에 엎드려 있었다”며 생존 가능성을 증언한 목격자도 나왔다.

마을회관 CCTV에는 지난달 28일 정오께 조씨 등이 하트를 트럭에 싣고 오는 장면이 담겨 있지만 육안으로는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반면 같은 날 하트가 쓰러져 있던 도로변을 지나던 버스의 블랙박스에는 하트가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찍혀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동물 학대 혐의적용은 개를 먹기 전 생사여부에 달려있다”며 “양측의주장이 완전히 엇갈리는 만큼 철저한 추가조사를 통해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익산=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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