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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화학상, 세상서 제일 작은 분자‘기계’ 만든 주인공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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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화학상, 세상서 제일 작은 분자‘기계’ 만든 주인공들에게

입력
2016.10.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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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바주ㆍ스토다트ㆍ페링가

전자공학ㆍ제약 등서 응용 기대

5일 스톡홀름 스웨덴왕립과학원에서 노벨위원회 위원이 베이글을 손에 들고 201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수상자인 장 피에르 소바주 교수는 베이글처럼 생긴 고리 모양의 두 분자를 연결한 초분자 구조를 처음 고안했다. 베이글은 공교롭게도 전날 노벨 물리학상 발표 때도 등장했다. 구멍이 1개 뚫린 베이글은 구멍이 2개인 프레첼과 위상학적으로 다르다는 고체물리 분야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됐다. 스톡홀름=로이터 연합뉴스
5일 스톡홀름 스웨덴왕립과학원에서 노벨위원회 위원이 베이글을 손에 들고 201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있다. 수상자인 장 피에르 소바주 교수는 베이글처럼 생긴 고리 모양의 두 분자를 연결한 초분자 구조를 처음 고안했다. 베이글은 공교롭게도 전날 노벨 물리학상 발표 때도 등장했다. 구멍이 1개 뚫린 베이글은 구멍이 2개인 프레첼과 위상학적으로 다르다는 고체물리 분야의 기본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동원됐다. 스톡홀름=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노벨 화학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들을 마치 인간 세상의 기계처럼 원하는 대로 설계하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든 유럽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스웨덴왕립과학원은 5일 장 피에르 소바주(72) 프랑스 스트라스버그대 교수와 프레이저 스토다트(74)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베르나르트 페링가(65) 네덜란드 그로닝겐대 교수를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각각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 출신이다.

이들의 공통 연구분야는 ‘초분자’ 화학이다. 초분자는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인 분자를 여러 개 모아 특별한 구조나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도록 만든 인위적인 구조물이다. 전체 크기가 10나노미터(10억분의 1m)보다도 작다. 이 초분자를 1983년 가장 먼저 만든 주인공은 소바주 교수다. 반지 두 개를 체인처럼 서로 끼워 빠지지 않도록 만들어 ‘카테네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상천외한 구조의 카테네인을 본 화학계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자연계에 없는 분자 구조를 인간이 설계하고 구현해낼 수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스토다트 교수는 1991년 초분자를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막대 모양 분자에 고리 모양 분자를 끼우고 외부 자극을 줘 고리가 막대 위에서 왔다 갔다 하게 만든 것이다. 이 초분자는 ‘로텍세인’이라고 명명됐다. 자연계에 없는 분자 구조의 움직임을 화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로텍세인으로 증명됐다. 이후 페링가 교수는 이를 더 발전시켰다. 엘리베이터처럼 신호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초분자, 근육처럼 접혔다 펴졌다 하는 초분자 등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거시 세계의 기계 장치를 분자 수준에서 구현하겠다는 화학자들의 꿈은 점점 현실화했다.

이런 초분자들은 아직 일상생활에 쓰이진 않고 있다. 초분자 연구자들은 향후 초분자가 전자공학이나 제약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외부 신호에 따라 움직이며 정보를 저장했다 지웠다 하거나, 일정한 공간에 약물을 가두거나 내보내도록 디자인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에서다.

국내 화학자들은 이번 수상이 “화학의 실용성보다는 예술성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해 원하는 모양의 옷을 만들어내듯 분자를 하나하나 이어 붙여 창의적으로 디자인한 구조를 구현해내는 건 화학이 갖는 최고의 낭만”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노벨 화학상이 유전자나 단백질 등 생명과학과 관련된 분야에 집중돼왔던 터라 순수화학자들은 이번 수상을 더욱 반기는 분위기다. 이동환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인접한 원자를 이어 만드는 전통적인 화학결합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기계결합’이 초분자를 만들어냈다”며 “화학으로선 큰 도전에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수상자들은 총액 8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0억2,520만원)의 상금을 3분의 1씩 나눠 받는다. 시상식은 오는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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