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한미약품 늑장공시 사태가 되풀이되는 걸 막기 위해 투자자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보 변경에 대해서는 당일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금융당국은 또 늑장공시 전 정보 유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한미약품을 현장 조사해 임직원들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5일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파기에 대한 개장 후 공시가 규정 위반은 아니지만 이런 정보는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공시체계 전반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한국거래소 공시 규정상 54개에 이르는 당일 공시 의무항목을 제외한 나머지는 다음날 오후 6시까지 공시하면 되는 자율공시 항목으로 분류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기술수출 계약 파기 공시는 지난해 7월 낸 공시의 변경 사항을 알리는 정정공시로 자율공시 항목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당국은 자율공시 항목이라도 정정 공시는 당일에 하도록 제도를 변경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은 장 마감 후 발생한 사안이라도 시간 외 시장 개장(다음날 오전 7시20분) 전까지는 정정공시를 띄워야 한다.
또 당국은 제약ㆍ바이오 업종 특성을 반영해 기업들의 공시 작성 방식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 업종은 기술계약을 맺으면 공시에 총 계약금액을 적는데, 이번 사태처럼 기술 개발이 중간에 중단될 경우를 감안해 앞으로는 기술 상용화 진척에 따라 단계별로 받는 마일스톤(성과금)을 공시하는 방안을 업계와 논의할 계획이다.
한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지난 4일 한미약품 본사에서 현장조사를 벌여 공시담당자 등을 면담하고 이들의 휴대폰을 수거했다. 또 한미약품 내부직원이 악재 정보를 외부에 흘리는 내용의 카카오톡 화면을 캡처한 파일도 제보자로부터 입수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한미약품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공정거래를 한 혐의가 상당히 짙어 보인다”며 “경우에 따라 압수수색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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