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는 남경필 도지사에 대한 ‘대선 청문회’와 다름 없었다. 전날(4일) 서울시 국감에서 여당 의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권 행보를 견제한 것처럼 야당 의원들은 도정 현안보다는 모병제와 핵 준비론, 수도이전 등 남 지사가 이슈화한 정치적 쟁점을 집중 공격했다.
이날 국감 첫 포문을 연 홍철호(경기 김포을)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부터가 “내년 대선에 출마하느냐”는 돌직구성이었다. 그는 “내년 초 최종 결정하겠다”며 남 지사가 피해가자 “출마 쪽으로 봐도 되느냐”고 확답을 요구했다. 같은 당 강석호 의원은 “단체장 직을 유지하고 (경선에)나서는 것은 상당히 옳지 못하다. 유념해 달라”는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같은 당 황영철(강원 홍천ㆍ철원ㆍ화천ㆍ인제) 의원은 “존재감을 잘 유지하고 있다”고 격려하면서도 모병제에 대해선 국방예산 부족, 계층간 갈등조장 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남 지사는 “대통령이 군대 안 가면 안 쓰겠다고 공언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회를 만들면 불평등은 오히려 해소될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제는 자주 국방 할 때가 됐다”며 “전시작전권도 환수해야 한다”고 맞섰다.
국가 경쟁력 약화 등 일부 의원들의 수도이전 반대 논리에는 “집중되면 전셋값 올라가고 교통난, 미세먼지, 사교육 등 폐해가 발생한다”며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발전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지사가 제기한 핵 준비론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영호(서울 서대문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핵을 보유하려 한다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고 북한처럼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남 지사는 “당장 핵을 보유하자는 것이 아니라 북미 관계 변화 등 미래를 대비해 준비하자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남 지사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현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서는 소신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드 배치로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는 김 의원의 지적에 그는 “되돌릴 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국회에서 논의하는 구조가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의 반대 등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외교적 역량이나 노력이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김정우(경기 군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언급에는 “여야 연정을 통해 야당 부지사를 임명한 것 자체가 제게는 원동력”이라며 “(대통령도) 그렇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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