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협은행 80만명 주택담보대출 고객 중 6번째로 낮은 금리를 적용 받아 온 ‘황제 고객’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은행 측은 “특혜가 아니다”는 주장을 폈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한결같이 “도저히 정상적인 금리라고 볼 수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은행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의 특혜 금리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농협은행이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김 장관의 주택담보대출(프리미엄 모기지론) 금리는 지난달 기준 연 1.42%로 전국 농협은행의 담보대출 고객 80만1,579명(협약대출 제외) 중 6번째로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김 장관이 농협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 금리(연 1.82%) 역시 전체 신용대출자 105만7,888명 가운데 28번째로 낮은 금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장관은 2014년 6월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농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10년 만기)과 신용대출로 각각 3억6,000만원, 1억4,000만원을 빌렸다. 신규 대출 당시 김 장관에게 적용된 금리는 주택담보대출이 연 2.70%, 신용대출이 연 3.10%였다. 이 금리는 지난달 시중금리 하락에 따라 각각 연 1.42%, 연 1.82%까지 떨어졌다.
농협은행은 1%대 초반의 초저금리 적용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이날 국감에서 “대출에 대한 금리 책정은 거래 기여도에 따라 진행된다“며 “특혜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은 이 금리가 실무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 김 장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준금리(1.35%)에 가산금리(0.07%)를 더해서 적용되고 있는데, 가산금리는 업무 원가 등을 제외하고도 신용보증기금요율, 예금보험료, 교육세, 지급준비금 등을 더해 최소 0.4~0.5% 수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꼭 대출을 해줘야 하는 주요 인사여서 본점 여신 심사 승인을 거치더라도 금리 인하폭이 0.1~0.2%포인트 수준“이라며 “김 장관에게 적용된 금리는 도저히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는 특혜 금리 의혹이 제기된 이후인 지난달 20일부터 김 장관의 요청으로 농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기존 1.42%에서 2.58%로, 신용대출금리는 1.82%에서 3.14%로 올렸다고 밝혔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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