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된 반려견을 이웃 주민들이 잡아 먹은 사건을 두고 온라인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개 주인은 “주민들에게 잡아 먹히기 전 개가 살아있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주민들은 “이미 죽어 있던 개를 먹었다”고 맞서고 있다.
먹히기 전 개의 생사 여부가 이슈가 된 것은 죽은 개를 먹은 것은 유실물을 습득한 뒤 신고하지 않고 가져갔을 때 적용되는 점유물이탈횡령 혐의에 해당하지만 만일 살아 있는 개를 잡아 먹었을 경우에는 동물보호법 상 학대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점유이탈물 횡령죄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지만 동물보호법 제8조를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열 살 된 잉글리시 쉽독 종 하트를 키워온 채모(33·여)씨는 피의자들이 개를 1톤 트럭에 실어 데려갈 당시 하트가 아직 살아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북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전북 익산 마을회관 폐쇄회로(CC)TV에는 지난달 28일 정오께 피의자들이 하트를 트럭에 싣고 오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들은 마을회관에서 하트를 도축해 40㎏의 고기를 나눠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측은 이 CCTV에 찍힌 하트의 모습이 육안으로 봤을 때 죽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영상과 달리 같은 날 하트가 쓰러져 있던 도로를 지나던 버스 블랙박스에는 하트가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찍혀 있었다.
채씨는 “중년 남자 세 명이 몽둥이를 들고 개 주위를 서성였고, 사라지기 직전까지 하트가 숨을 쉬며 좌우를 살피는 것을 봤다는 목격자들도 있다”며 살아 있는 상태에서 도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하트를 잃어버린 지 이틀 만에 먹다 남은 음식 찌꺼기가 되어 뼈만 돌아왔다”며 “누군가에게는 자식 같은 동물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가볍게 처벌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반면 피의자 조모(73)씨 등 네 명은 “이미 몸이 뻣뻣하게 죽어 있던 개를 버리기 아까워 먹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에는 10년간 가족처럼 지낸 반려견을 몰래 먹은 사람들에게 보다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다. 채씨가 “피의자들을 강력히 처벌해 달라”며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올린 청원에는 1만4,400여명이 서명했다. 익산경찰서 게시판에도 피의자들을 강력히 처벌해달라는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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