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최근 경제 압박을 늘리고 있는 중국을 향해 강력한 자립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 5월 취임 후 지속적으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차이 총통은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낮춰 독립국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중을 재차 밝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차이 총통이 4일(현지시간)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대만 국민이 굴복할 것으로 오판해선 안 된다”며 다시금 대중국 강경 입장을 피력했다고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취임 후 수개월 동안 중국에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관계 재정립을 위한 기회를 제공했지만, 중국 당국은 경제적ㆍ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대만을 압박해왔다”며 “그러나 대만은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차이 총통은 이어 “대만은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줄일 계획을 강구하고 있다”며 자립 의지를 다시 천명했다. 중국은 올해 들어 자국민의 대만 관광을 제한한 데 이어, 최근 영향력을 발휘해 대만 정부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 참석까지 무산시켰다. 이에 차이 총통은 지난달 28일 민진당 창당 30주년을 맞아 “건강하고 정상적인 경제관계를 위해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원들을 향한 공개서한을 통해 밝힌 바 있다.
WSJ는 법학 교수이자 무역 협상가 출신답게 상당히 신중하게 단어를 선택한 차이 총통이 ‘92공식’(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에 대해 용어 사용 자체를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중국 측은 대만 정부에 92공식 인정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으나 차이 총통은 지난 7월부터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 차이 총통은 중국과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1월 마잉주(馬英九ㆍ국민당) 전 총통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1949년 분단 이후 첫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상기시키면서 “중국 당국에 어떤 전제조건도 없는 대화를 제의한다”고 밝혔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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