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개봉 영화 '럭키'에서 기억상실증 킬러 연기

유해진은 “멜로 연기는 많이 해보지 않아서 어색하고 부담스럽다”면서도 “너무 오글거리지만 않으면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고독한 킬러다. 그런데 이 남자, 어쩐지 측은해 보인다. 후회의 빛이 얼굴을 감쌀 때면 클래식 음악으로 마음을 달랜다. 명품 수트를 빼 입고 외제차를 굴리지만, 그 뿐이다. 어느 날 일을 치른 뒤 들른 목욕탕에서 뜻하지 않게 새로운 삶과 마주한다. 목욕탕 바닥 비누에 미끄러진 뒤 충격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는 무명배우로 거듭난다.

스릴러로 시작해서 코미디로 빠지는 이 이야기를 과연 누가 소화할 수 있을까. 코미디와 스릴러의 경계를 넘나드는 배우 유해진(46)이 자연 떠오른다. 영화 ‘럭키’(13일 개봉)의 주인공으로 다시 스크린 중심에 선 그를 5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유해진은 느닷없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이것 좀 보세요”라며 ‘럭키-13’이라고 쓰인 모자를 가리켰다. “원래부터 쓰던 모자인데 얼마 전에야 글귀를 제대로 봤다”며 “마치 ‘럭키’가 13일 개봉한다는 의미 같다”고 했다. 껄껄 웃는 모습이 영락없이 tvN ‘삼시세끼’의 참바다씨다. 이렇게 평범한, 아니 ‘아재’스러운 그가 킬러였다가 무명배우로 변신하는 것도 모자라 멋들어진 액션장면을 소화해 인생 역전의 기회까지 잡는다. “단지 코믹적인 부분만 있었다면 출연하지 않았을 겁니다. 킬러든 무명배우든 하찮은 삶은 없다는, 어떤 메시지를 던져 주려는 의도가 좋았어요.”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삶의 의욕이 없는 무명배우 재성(이준)이 킬러 형욱(유해진)의 목욕탕 보관함 키를 손에 쥐면서 운명의 장난이 시작된다. 형욱은 재성이 되고, 재성은 형욱 행세를 한다. 영화 속에서 무명배우가 된 유해진은 볼펜을 입에 물고 발성연습을 하거나, 체력단련을 위해 공연을 돌며 진정한 배우의 꿈을 키운다. 이 장면들은 ‘럭키’의 이계백 감독이 유해진의 과거를 듣고서 스크린에 반영했다. 유해진은 15년 전 “아현동 굴레방다리 지역”에 살면서 무명시절을 보냈다.

유해진은 영화 ‘럭키’에서 냉혹한 킬러를 연기했다. 쇼박스 제공

“‘럭키’에서 재성이 살던 동네가 그 때 아현동과 매우 비슷해요. 월세를 내고 살았는데 주인집 할아버지는 제가 뭐 하는 사람인지 몰랐죠. 극장에서 영화 ‘무사’(2001)를 보시곤 제 직업을 아셨어요. 꼬박꼬박 월세 안 밀리려고 엄청 노력했죠.”

유해진의 경험이 녹여져 있어서일까. 영화는 대사 한 줄 없던 형욱이 액션 연기를 하면서 서서히 배우로서 인정받는 장면들로 소소한 울림을 준다. 그러나 킬러와 무명배우를 오가는 설정에 구급대원 리나(조윤희)와의 로맨스까지 곁들여지는 등 복잡한 상황들이 맞물리며 형욱이라는 캐릭터는 중심을 잃는다. 유해진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편안한 면모가 잘 드러나지 못해 아쉽다. 하지만 유해진은 “현실감 있는 스토리가 아니어서 연기도 과장하면 안 됐다”며 “관객들이 ‘쟤(형욱), 왜 저래?’라고 할 것 같아서 최대한 (감정을) 누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유해진은 ‘럭키’에서 격한 액션 연기도 선보인다. 쇼박스 제공

주연배우로서 초긴장 모드는 숨길 수 없었다. 영화계에서 20년 동안 발을 붙인 베테랑이지만 ‘원톱’ 주인공으로 영화를 책임져야 하는 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데뷔 초기 톡톡 튀는 감초 역할로 ‘신 스틸러’에서 ‘왕의 남자’ ‘베테랑’을 거치며 ‘천만 배우’로 변신했지만, ‘미쓰고’ ‘그놈이다’ ‘소수의견’ 등 주연으로 나선 작품들의 흥행 성적은 썩 좋지 않다. “무술 연습을 하지 않아도 덜 어색한 액션연기를 할 수 있는 연차”지만 “흥행여부는 아직도 모르는 게 이 바닥(영화계)”이라고.

그를 보며 ‘삼시세끼’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동갑내기 배우 차승원과의 ‘케미’가 너무도 좋았기에. ‘두 사람의 영화를 기대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한치 망설임도 없다. “그럼요!”라던 그는 “너무 코믹한 것만 아니면요”이라고 답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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