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발표가 당초 6일에서 13일로 일주일 연기됐다. 노벨상을 주관하는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지난달 30일 노벨상 수상자 발표 일정을 공개하며 생리ㆍ의학상(3일), 물리학상(4일), 화학상(5일), 평화상(7일), 경제학상(10일)에 이어 13일 마지막으로 문학상이 발표된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노벨문학상은 평화상 하루 전에 발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외신에 따르면 발표일 지연에 대해 스웨덴 아카데미 관계자는 “아카데미 일정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림원 심사위원 5명은 1월 말 마감된 추천 후보자를 대상으로 9월 첫째 주부터 매주 목요일 총 4차례 수상자 선정을 위한 논의를 하는데 올해는 9월 22일부터 시작하는 바람에 발표일이 늦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발표일이 일주일 정도 늦춰진 적은 있었다. 최근 사례로는 2005, 2006년에 노벨문학상 발표가 일주일 연기됐다. 그러나 그때마다 혹시 위원들 간에 의견 충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곤 했다.
2005년의 경우 BBC, 더 타임스 등 영국 언론들은 수상자 선정을 놓고 한림원 위원들 간에 심각한 내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당시 유력 후보로 올라온 작가는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였다. 그런데 파무크는 그 해 초 신문 인터뷰에서 터키의 쿠르드족 대량 학살을 비판하는 발언을 해 터키 정부가 ‘국민모독죄’로 기소한 상태였다. 영국 언론들은 정치적 논란을 피해야 한다는 회원들과 문학은 문학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회원들 간 이견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결국 그 해 노벨문학상은 영국 희곡작가 해럴드 핀터가 받았고, 파무크는 다음해 수상했다.
올해 영국 베팅사이트 래드브록스에서 수상 확률 1, 2위를 다투는 작가는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와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 미국 소설가 필립 로스다. 하루키는 이 사이트에서 최근 몇 년간 1, 2위를 벗어난 적이 없지만 매번 수상에 실패했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4일 스웨덴 현지 언론인의 말을 인용해 올해도 하루키의 수상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점쳤다. 이유는 여전히 하루키 문학의 “가벼움” 때문이다. 하루키 못지 않게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지만 문학성 논란에선 좀 더 자유로운 미국 작가 필립 로스도 주목 받고 있다.
아도니스는 시리아 내전 상황이 득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있다. 노벨문학상이 민주주의나 인권운동에 헌신한 작가에게 높은 점수를 줘왔던 것을 감안하면, 시리아 정부와 갈등을 일으키고 프랑스에서 망명 생활 중인 아도니스의 수상이 유력할 수도 있다.
이 두 사람을 놓고 한림원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을지 혹은 다른 작가들이 거론되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 외 유력 후보로는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 미국 작가 돈 드릴로 등도 거론된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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