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의 빈민가 ‘크렁또이(Khlongtoei)’. 구석구석에 작은 축구경기장 몇 개가 생겼다.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아니어서 만드는 데 많은 돈이 들지도 않았다. 축구장 내엔 별도의 관중석이나 상업시설도 없고, 별도의 진입로를 뚫지도 않았다. 가장 특이한 점은 모든 축구장의 형태가 직사각형이 아니라는 거다.
5일(한국시간) 프랑스 디자인 전문매체‘푸비즈(fubiz)’ 등 외신은 태국 방콕의 크렁또이 에 만들어진 ‘특이한 축구장들(unusual football fields)’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마을의 버려진 땅을 활용해 L자 모양부터 마름모, 지그재그 등 다양한 형태의 축구장을 만든 이 프로젝트는 태국 건설사인 ‘AP 타일랜드’와 광고홍보사인 ‘CJ worx’가 함께 추진했다.
원래 이 마을은 태국 서민들의 생활을 궁금해 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크렁또이 시장(Khlongtoei market)’등이 위치한 명소이기도 하지만, 방콕에서도 가장 정돈되지 않은 빈민가로 손꼽힌다. ‘특이한 축구장들’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마을의 모습은 확 바뀌었다. 쓰레기와 오물로 가득 차있어 공간 활용은커녕 사람들이 접근조차 꺼려하는 공터들을 치운 뒤 새로 시멘트를 바르고, 페인트를 칠해 번듯한 체육공간으로 만들어 냈다. 축구장 조성 전·후의 항공 사진을 비교해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직사각형의 축구장은 단 한 곳도 없다.
취지도 단순하다. 그저 버려진 비대칭 공간을 정돈하고, 골대 등 최소한의 추가시설만 만들어 사람들이 운동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다.
영국 축구전문매체 ‘사커바이블’은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부패와 거짓말, 자본논리에 물들며 윤리적 비난을 받고 있는 축구계가 이 사례를 통해 무엇을 위해 축구를 하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볼 때”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ob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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