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5년 손가락 부상으로 한 동안 무대를 떠나 있었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8)가 15년 만에 새 앨범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워너 클래식)을 들고 돌아왔다. 각각 소나타, 파르티타 3곡씩 총 6곡으로 구성된 이 곡들은 연주만 2시간이 훌쩍 넘는 대곡. 오롯이 바이올린만으로 바흐 음악의 요체를 재현해야 하기 때문에, 연주자들에게는 ‘바이올린의 구약성서’로 불린다. 정경화는 11월 1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같은 곡으로 연주회를 갖는다.
정경화는 5일 서울 신사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로 바이올린을 63년째 연주하는데 바흐 무반주 전곡 녹음은 오랜 꿈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손가락 부상을 당했을 때)모든 걸 다 포기하고 줄리어드에서 교편을 잡는 생활만을 생각했죠. 그때만 해도 이런 기적을 바라보지 못했어요. 지난 5년 동안 바흐만 생각하며 준비해온 앨범을 선보이게 돼 황송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정경화는 앞서 2005년 갑작스러운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5년 동안 바이올린을 잡을 수 없었지만 기적적으로 회복돼 2010년 아슈케나지가 이끄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으로 복귀했다.
사실 정경화는 1974년 이 곡의 일부를 녹음한 적이 있다. 그러나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에서 전곡 녹음은 미뤘다. 그는 “기다림이 너무 길었다. 꿈을 갖고 있더라도 그게 언제 현실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앨범은 완전히 기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바흐 음반 녹음을 구체적으로 실행해 옮긴 건 2013년 10월 중국 베이징 국가대극원에서 열린 연주 이후부터다. 정경화는 “손가락이 회복되자 바흐의 파르티타 2번, 샤콘느를 연주하고 싶었다”며 “중국 관객 3,000명이 숨죽이고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프로젝트를 실행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녹음에 사용한 바이올린은 1734년산 과르니에리 델 제수 ‘로데’, 11월 국내 독주회에서는 1702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 ‘킹 맥스’로 연주한다.
“체력적으로 힘들지 않냐고요? 끄떡없습니다(웃음). 제가 경험한 것, 바흐의 영혼 속으로 들어가 그 감정을 관중에게 전달할 때 그것만큼 흥분되고 기적적인 일은 없습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변해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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