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go to France together.’(프랑스로 함께 가자)
많은 일본 축구팬들에게 지금도 회자되는 문구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한ㆍ일 양국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한국은 승승장구하며 일찌감치 본선 티켓을 땄지만 일본은 1997년 11월 1일 서울 잠실주경기장에서 한국을 반드시 이겨야 플레이오프를 통해 본선 진출의 불씨를 살릴 수 있었다. 일본은 프랑스행이 절실했다. 4년 뒤 2002년 예정된 한ㆍ일 월드컵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처음 본선 무대를 밟는 불명예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축구 서포터 ‘붉은 악마’가 경기장에 ‘프랑스로 함께 가자’는 현수막을 내걸자 열도는 감동했다. 결국 일본은 한국을 2-0으로 누르고 여세를 몰아 이란과의 플레이오프 끝에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 발을 들여놓았다.
지금 카타르의 상황이 19년 전 일본과 비슷하다.
카타르는 6일 오후 8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에 사활을 걸었다.
카타르는 아직 월드컵에 나가보지 못했다. 2022년 개최국으로 어떻게든, 그에 앞서 2018년 러시아에 가야만 ‘축구실력이 떨어지는 나라가 월드컵을 개최해 한 자리 차지했다’는 오명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초반에 이란(0-2), 우즈베키스탄(0-1)에 연이어 패해 벼랑 끝에 섰다. 카타르축구협회는 우루과이 출신 호세 다니엘 카레뇨(53) 감독을 경질하고 2007~08 카타르 대표팀을 맡았던 같은 우루과이 출신 호르헤 포사티(64)를 사령탑으로 다시 데려왔다. 그는 2011년 카타르 프로축구 알 사드 감독일 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과 결승에서 각각 수원 삼성과 전북 현대를 이기며 카타르 축구사상 첫 아시아 제패를 이뤄낸 주인공이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감독도 승리를 양보할 수 없다. 그는 최종예선에 들어가기에 앞서 “최종예선 홈 5경기는 무조건 이기겠다”고 공언했다. 한국은 지난 달 중국과 안방 1차전에서 3-2로 이겼지만 후반 막바지 내리 2골을 내주며 크게 흔들렸다. 시리아 원정에서는 졸전 끝에 득점 없이 비겨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때문에 카타르를 제물 삼아 분위기를 반전해야 한다. 더구나 다음 경기가 최종예선 최대 고비로 꼽히는 이란 원정이다. 카타르전을 마친 뒤 곧바로 출국해 11일 ‘원정팀의 무덤’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맞붙는다.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한국은 지금까지 2무4패로 한 번도 못 이겼다. 카타르를 잡아야 홀가분한 마음으로 테헤란에 입성할 수 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24ㆍ토트넘)이 카타르전에 뛰면 만 24세 90일이 되는 날 A매치 50회 출전 기록을 세운다고 밝혔다. 1980년대 이후로는 박지성(35ㆍ은퇴ㆍ23세 349일)과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ㆍ24세 13일)에 이어 세 번째로 어린 나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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