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북한 광물자원의 최대 수입처가 자동차부품 대기업인 완샹(萬向)그룹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북한 핵 개발 연루 의혹을 제기한 미국을 의식해 중견기업인 훙샹(紅祥)그룹을 희생양 삼았다는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5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 내 한 대북소식통은 “훙샹그룹은 북한과 거래하던 중국 기업들 가운데 그리 크지 않은 기업에 불과하다”면서 “김정은 정권 이후 북한과 거래를 한 기업들을 조사하면 중국의 대형 기업들이 여러 개 걸려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 광업부문 관계자도 “중국의 훙샹그룹이 북한의 석탄과 광물 수입을 독점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 완상유한공사의 수입량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완샹그룹 계열사인 완상유한공사가 북한과 합작해 설립한 혜중광업합영회사를 통해 혜산청년동광을 비롯해 북한 내 최대 지하자원 생산지인 양강도의 모든 광물을 독점 수입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를 두고 중국이 북한과 거래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사법처리를 피하기 위해 훙샹그룹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RFA는 전했다. 이와 관련, 한 소식통은 “중국 내 대북무역을 좌지우지하는 4~5개 기업 중 1~2곳은 굴지의 그룹과 연계돼 있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마샤오훙(馬曉紅) 훙샹그룹 총재 일가의 부패 의혹을 조사하던 중국 당국이 내친김에 핵 개발 연루 부분까지 포함시켜 다른 기업들로 불똥이 튀는 걸 막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1년 완샹유한공사가 혜산청년동광을 채굴하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원자바오(溫家寶) 당시 총리가 방북길에 직접 북측과의 협상을 매듭짓는 등 중국 정부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유엔의 대북제재 이후 북한 광물을 수입하는 중국 기업들의 수익이 크게 늘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접경지역 정보통은 “예전과 달리 중국 기업들이 북한산 광물의 수입가격을 대폭 낮추더라도 북한 쪽에서 응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졌다”면서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무역일꾼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다”고 전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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