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탱크 창립 계획 공개]
성장·안보 등 정책적 우위 확보
대선 15개월 앞두고 본격 행보
2년 전부터 준비한 프로젝트
합류하려는 교수들 많아 고민 후문
“중도 확장 상징 인사 적어” 지적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4일 자신의 정책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 창립 계획을 공개한 데에는 여야 다른 주자들에 비해 정책적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문 전 대표가 차기 대통령선거를 약 15개월 앞두고 본격 대선 행보에 나선다는 선언적 의미 외에도,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정책 대안과 미래 담론을 꾸준히 준비해 온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게 정치권의 반응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야권에서 대선 국면이 자꾸 대선후보 간 경선 룰 경쟁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우리는 담론이나 비전 경쟁을 주도해 정책 면에서도 우위 주자로서의 면모를 보이려 한다”고 말했다. 잠룡으로 꼽히는 다른 주자들이 ‘문재인 대세론’을 거론하며 경선 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더라도 ‘준비된 대선주자’의 이미지로 차별화한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도다.
창립도 하기 전에 무려 500여명의 교수를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2년 전부터 준비해 온 프로젝트였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 측에 따르면, 2014년 전당대회 출마를 준비하면서 싱크탱크 창립 추진이 잠시 중단됐다. 당의 공식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이 있음에도 당 대표 후보가 개인 싱크탱크를 갖고 있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 이후 ‘문재인 대세론’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국가 운영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담론을 선도하기 위해선 정책 싱크탱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과정에서 합류 의사를 밝힌 교수들이 많아 이를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싱크탱크 이름을 ‘국민성장’이라고 정한 것도, 그간 보수의 전유물이었던 ‘성장’, ‘안보’ 등의 이슈를 적극 품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6일 열릴 ‘국민성장’ 창립 준비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개인이나 가계의 소득보다 국가와 기업의 성장을 우위에 둔 기존의 경제 패러다임을 벗어나 ‘소득주도 성장론’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 전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국민 위에 국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국가 위에 국민이 있다는 가치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추석 이후론 거의 매일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등 예전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 전 대표 측 김경수 더민주 의원은 싱크탱크의 컨셉트를 ‘경제 중심ㆍ중도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소장을 맡은 조윤제 서강대 교수는 경제학계의 대표적인 중도 주류 경제학자이고, 김현철 서울대 교수와 이무원 연세대 교수는 그 동안 진보진영과 거리를 둬 왔던 학자”라고 밝혔다. 또 다른 문 전 대표 측 인사도 “보혁(보수ㆍ혁신), 원로와 소장파를 골고루 안배하면서 인적 풀이 넓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 일각에선 “참여 학자들은 대폭 늘어났지만, 문 전 대표의 미래 담론이나 중도 확장을 상징하는 인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례로 국민성장의 운영을 총괄하는 조윤제 교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을, 상임고문을 맡은 한완상 전 총리는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표를 도왔던 ‘담쟁이포럼’ 대표를 역임했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부소장), 김기정 연세대 교수(연구위원장) 등도 지난 대선 때부터 문 전 대표와 인연을 맺어온 인사들이다. 다만, 2012년 안철수 후보의 ‘진심캠프’에서 활동한 정영일 서울대 명예교수의 참여가 눈에 띈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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