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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집 공사해라, 가구 내놔라… LH부장님은 ‘갑질 끝판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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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집 공사해라, 가구 내놔라… LH부장님은 ‘갑질 끝판왕’

입력
2016.10.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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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업체 뜯어먹은 LH부장

자체 감사서 찾아 검찰수사 의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세종특별본부가 시공하는 아파트 조경 공사에 의자와 테이블 등을 납품하는 A씨는 지난해 10월 LH 안모(53) 부장(3급)이 휴대폰으로 전송한 사진 몇 장을 받았다. A씨 업체가 취급하는 정원용 탁자와 원목의자, 파라솔 등이 찍힌 사진이었다. 안 부장은 사진에 등장한 170만원 상당의 물품을 자신이 거주하는 경기 용인시의 전원주택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값을 치르겠다는 설명도 없었지만 A씨는 마지못해 물건들을 보냈다. 그러자 안 부장 더 황당한 요구를 했다. 조카를 A씨 회사에 취직 시켜달라고 한 것. ‘을’의 입장이었던 A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그의 조카를 조경디자이너로 채용해야 했다.

4일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LH 자료에 따르면 공사 세종특별본부 소속이었던 안씨는 지난해 초부터 LH에서 시공하는 주택 조경업체나 조경용 시설물 업체, 비료 납품업체를 가리지 않고 사적인 청탁과 함께 식사와 골프 접대, 선물 등 각종 향응을 받아 오다 자체 감사에 적발됐다.

그의 비위 행위를 처음 포착한 건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었다. 안씨는 지난해 7월 알고 지내던 조경업체 대표 B씨를 자택으로 불러 정원 축대공사를 맡아달라고 했다. 물론 대가는 없었다. B씨는 사비로 굴삭기 1대와 인부 1명, 자재들을 제공해 무려 22일간 공사를 진행했다. 이런 사실은 공직복무관리관실에 적발됐고, 안씨는 그제야 B씨와 2,090만원 규모의 도급계약서를 작성했다.

하지만 공직복무관리관실은 안씨의 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그 해 8월 공사 측에 감사를 요구했다. 감사 결과 드러난 안씨의 ‘갑’질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는 2009년에는 당시 LH가 경기 판교에 공급하는 임대주택의 분양가격이 낮다는 점을 알아채고 모친 명의로 2억8,000만원에 분양권을 사들였다. 공사 임직원 행동강령에 위배됐지만 나중에 일반분양이 될 경우 막대한 시세차익을 노린 것이다. 안씨가 구입한 아파트 시세는 현재 8억원에 달한다. 안씨는 지난해 2~6월에는 부하직원들과 대전의 스크린 골프장에서 34차례나 도박성 내기골프를 하고 딴 돈 160만원을 통장에 입금하기도 했다.

LH는 올해 3월 안씨를 해임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정 의원은 “LH 직원이 저지를 수 있는 업무 비리의 종합판”이라며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통해 불법 행위의 고리를 차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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