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환경 변화에 매출 악화
지상파-유료방송사 마찰 증폭 속
관련 업계, 협상 진전 여부에 촉각
재송신료를 둘러싼 지상파 방송과 유료방송업계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중단’(블랙아웃)을 예고한 MBC에게 방송을 끊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다. 방통위가 방송 유지ㆍ재개 명령권을 발동한 것은 처음이다.
방통위는 4일 “MBC의 KT스카이라이프에 대한 채널 공급 중단이 임박해 MBC에 대해 이날 0시부터 11월 2일 자정까지 30일 동안 방송을 유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방송 중단이 임박한 경우 30일 이내 범위에서 공급ㆍ송출을 유지하거나 재개할 것을 명령할 수 있다. 필요하다면 추가 기간 연장(30일)도 가능하다.
방송 유지ㆍ재개 명령권은 지난해 도입됐다. 이 제도는 유료방송사가 지상파 방송을 가입자에게 전달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재송신료를 두고 금액을 올려달라는 지상파와 반발하는 유료방송사들의 해묵은 갈등 속에 태어났다. 지상파는 ‘콘텐츠 제값받기’를, 유료방송업계는 합리적 산정방식의 필요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번 MBC와 스카이라이프의 갈등 역시 재송신료 계산 방식이 불씨를 지폈다. MBC는 지난 7월 스카이라이프에 대해 재송신료 정산에서 누락된 금액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공급 단자 수(가구 내 셋톱박스 수)를 기준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MBC의 주장과 기존 가구 수 기준에 문제가 없다는 스카이라이프가 맞붙은 뒤 협상에 진전이 없자 MBC는 급기야 수도권 지역에 방송을 끊겠다고 통보했다. 스카이라이프 전체 가입자는 430만 가구로 이 중 수도권 시청가구는 153만에 달한다.
양측이 재송신료 갈등에서 서로 양보하지 않는 것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이에 따른 경영 악화의 영향 때문이다. 방통위의 ‘2015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지상파 3사 연간 매출은 4년째 4조원 안팎에서 제자리걸음이다. 2014년에는 매출이 4조49억원으로 2.8% 늘었지만 전체 방송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대비 0.6%포인트 감소한 27.2%로 떨어졌다. 케이블업계도 대표적인 사양산업으로 꼽힌다. 2014년 매출 2조3,462억원으로 전년보다 330억원 감소했다. 가입자는 2013년 1,474만명에서 2014년 1,461만명으로 13만명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는 유료방송사들이 채널을 헐값에 가져다 가입자 모집에 이용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유료방송사들은 6.7%에 불과한 지상파 직접 수신율의 한계를 유료방송 플랫폼이 메워 주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MBC와 스카이라이프의 협상 결과는 하나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여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두 방송사가 시한 내 협상을 진전시킬 수 있도록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LG유플러스가 최근 케이블TV 인수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혀, 케이블 방송 업계에 인수합병(M&A) 바람이 불 지도 관심사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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